‘약을 먹고 공원 일주’ 내 작법은 이렇듯 철저히 사실만을 기재하며 나아가게끔, 그 과정에서 지연 ‘수정’이라 함은 불가피한 사항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 의식의 흐름을—그 흐름을 더욱더 섬세하게, 세밀하게, 세면하게 받아올리기 위해서는 ‘수정’이 다소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런고로, 이만 취침을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나 선생? —으음, 취침이라. 애처럼 들리겠지만 내 눕는다고 잠이 오는 그런 편리한 세태를 여태껏 보지 못하였소. 당신도 알 듯이 말이오.

거울을 본다—아니 모니터에 비친 검은 나를 본다. 그자는 어딘가 멋스러운 일을 꾸미리라. 자기가 범상치 않음을 과시한다—누구에게?—그저 자신에게만 말이다.

“잠이 통 오질 않아 내 0.5mg을 더 복용해야겠소.” “그건 자유다만 정말이지 괜찮겠소?” “문제 없소. 다음 주까지라면.”

굿…. 나는 0.5mg을 잘도 삼켰구나. 정말로 유쾌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루하다. 약을 먹고 글을 쓰자니 꽤나 비(非)보편적인 일은 아니었지 않소? 싶다가도 이만 지친다. 음음, 지치는구려. 나는 꽤 제정신인데도 메소드 작법을 위해 이런 희생을 가미해야 한다니 적잖이 따분하오. 실례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소.”

“여긴 안전한 곳이오. 만에 하나 혼령이라도 못 들어오는 그런 곳이란 말이오.” “물같이 들어가는 기네스 맥주는 가히 어찌 설명이 필요 없소! 나는 술의 음미에 어쩌면 발을 돋운 것일지도 모르X겠소.”

또 엉터리 작품을 썼구려. 오늘은 에리가 나타나질 않았소. 사실 어제도. 남정네들만 이렇게 나오고. 적잖이 슬퍼하지 마시오. 꽃은 지기에 꽃입니까? 아님 피기에 꽃입니까? 그만 자시오. 당신과 내가 3류에 가깝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우린 꿈—혹은 암흑을 통해 내일을 봐야지만 겨우 숨통을 늘어놓소. 그러니 어서, 오늘 하루 감히 제가 당신에게 수고했단 말 건네오. 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