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를 타는 사람들.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청명한 하늘과 인적 없는 황량한 거리, 노면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 때문에 내 걸음걸이는 내딛는 보폭 마다 과장되어 보였다.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로 무장한 남자들은 움츠린 몸을 뒤흔들며 버스정류장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첫차는 가장 늦게 오는 법이라, 잠시나마 추위를 이겨보려고 남자들이 발을 굴러댄 탓에 정류장은 활기를 띄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타각타각대는 소리는 멎어들었다.


세월이 훑고 지나간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삶의 흔적이 패여 있다.

지나온 시간은 모든 것을 그 깊은 고랑속으로 밀어 넣었다. 막연한 기대와 설렘은 세계가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가고,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눈동자도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흩어졌다.


그럼에도 어둠을 내지르며 새벽 버스는 어딘가로 그들을 실어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