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운 발자국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또 다른 나의 발자국들이 흔적을 지우며 간 곳
무수히 지워진 발자국들의 흔적을 보고
나는 이제 더는 웃지 않는 그 흔적을 보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어
이제 너에게 웃어줄 수 없어
버림받은 사람이 책임질 일이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 말을 찾아내려고 내가 이별의 끝을 걸었구나
아주 오래전에 쓴 시 한 구절이야
다 지나간 일이지만
나는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 고민을 한 적이 없어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이별은 상상도 한 적이 없어서
그리고 정말 나를 보면서 발자국을 보이지 않고
흔적을 지웠을 사람들을 생각했어
지나고 보면 미안한 일들만 남은 건
아마 내 성격탓이겠지
누군가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용도 하고 싶고 그러겠지만
뭐 난 원래 남의 시선 생각 안 하고 살아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모두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니까
그래서 누군가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피곤하거든
그리고 대개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
다 자기들 문제 해결하는 데 쓰곤 해
그리고 잘 해봐야 본전도 못 찾아
그럼에도 내 재능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윤택해지는 걸 보면 좋았어
나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한테도
나보다 훨씬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뭐 줄 때 아무 생각 없어
그냥 내가 주고 싶을 때 주는 거니까
이걸 사람들은 이상하게 받아들여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지 알아?
공짜로 받던 사람들은
공짜로 주지 않으면 화를 내
맡겨 놓은 것도 없는데
이런 사람들에 어떻게 대처하냐고?
아무 생각 없어
그 이상 나에게 가져갈 게 없는 사람들이니까
아주 오래 나르시스트들과 섞여 살면서 터득한 멘탈이야
암사마귀 같은 사람들이지
그렇다고 내가 타격이 없는 건 아니야
그냥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뿐이지
스스로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된 건
정말 나르시스트들과 오래 산 덕분이야
나도 누군가에게는 나르시스트같은 존재일 수 있으니까
내가 뺏은 게 하나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서 빼앗아간 게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그들도 그걸 알아야 해
무언가 빼앗겼을 때 화풀이할 대상
미워할 대상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그들의 문제지
나의 문제가 아닌 걸
그것도 그들이 받아들여야 자유로워질 수 있어
내가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나의 삶이 나의 것인 건
내 몸과 영혼이 그 누구와도 계약한 상태가 아니라는 거야
그걸 모두가 인정해줬으면 하는 거고
이제서야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지금에야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믿음과
이제는 해도 되는 이야기 같아서
마무리하기 참 어렵네 정말
웃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가는 게
그 하나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
다른 의미로 웃는 게 아니야
오해 하지는 마
그냥 내 질투하고 분하고 억울했던 마음이 사라져간다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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