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는 아직 침대에 붙어 있는 것 같은데, 손가락은 기계적으로 휴대폰을 스와이프했다. 쇼츠가 흘러가고, 시간도 따라 흘러갔다. 몇 개만 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현실과는 다른 세상, 짧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정신을 반쯤 놔버린 채 아침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배가 고파 밥을 먹었지만, 그마저도 릴스와 함께였다. 뇌는 반쯤 꺼진 상태였고, 눈만 화면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게 살아 있는 걸까? 아니면 무의미한 움직임이 계속 반복될 뿐인 걸까? 밥을 씹는 것도, 영상을 보는 것도 그냥 습관이었다. 그냥 습관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책상 위에 놓인 업무가 눈에 들어온다.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손은 이미 내가 움직일 수 없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고민은 피로하다. 선택당한다.


웹툰 속 인물든은 처절하게 살아간다. 몸을 던지고, 아픔을 견디고, 모든 걸 걸고 싸운다. 그런데 나는? 침대에 누워서 그걸 소비하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그들의 투쟁을 구경하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뭘까?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저녁이 지나고도, 나는 여전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튜브가 내게 새로운 영상을 계속 던져준다. 알고리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내가 빠져나올 틈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흐른다.


그러다 문득, 바람이 불어온다. 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화면이 흐려졌다. 책상 위에는 밀린 숙제가 쌓여 있고, 방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가 널려 있다. 내 손은 여전히 휴대폰을 쥐고 있지만, 화면 속 영상이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것 같다.


눈을 감았다가 뜨자, 벽이 이상하게 보였다. 선혈이 흩뿌려지듯 낭자한 내 방. 나의 스스로의 감옥이자 안식처였나? 잘 모르겠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확실히 보인다. 마치 누군가 손톱이 부러질 때까지 긁어댄 것처럼 얼룩진 벽. 내가 그은 걸까?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졌던가?


눈물이 났다.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 잘 알고 있다.


돌아가고 싶었다. 이 하루를 처음부터 다시 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몇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라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결국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 몇 년 후에도 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화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면서. 무의미하게. 무의미하게.


벽에 묻은 피는 내 손에도 번져 있다. 나는 여전히 화면을 스와이프하고 있다. 하지만 화면은 나오지 않는다. 마치 나를 조롱하는 것처럼.


내일은... 내일.. 내일 내일 내일 내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