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인가. 걸을 다리 없는 이가 이 땅에 기는 것이 기인가. 사채 쓴 이가 채무에 기는 것이 기인가. 우울한 이가 외로움에 지는 것이 기인가. 오늘 그 기들이 달려간 도로는 이리도 연무가 짙다. 


  그렇다면 이 연무들이 기인가. 아니, 아니다. 그것은 기가 아니다. 실로 기는 타이어가 뿜어낸 먼지다. 기는 지나가는 매연들이 남긴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다. 기는 저음을 뿜어내다 찢어진 스피커 콘지다. 더하여, 기는 릴테이프에 녹음된 그 우뢰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거기다. 


  게다가 기는 부당함에 이기지 못한 기억이다. 그 기는 기리지 못한 그들의 마지막 소리다. 그래서 기는 이도를 자극하는 기이한 고주파 소리다. 그렇기에 사람이기 위하여 피를 내뿜고 쓰러진 그이도 기다. 그런 기는 요즘에 만국기도 된다. 여러 색의 만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짓이 바로 기다. 


  아니, 아니다 그것은 기가 아니다. 그것은 실로 기가 아니다. 실은 기는 기름이다. 그래. 기는 기름에 붙어진 불이다. 불꽃이다. 기는 석유가 부어진 세상을 전부 활활 태운 후에야 모든 것이 희어진 기다. 


  모든 것이 사그라져 희어진 대지에 기이한 재가 내려 쌓이는 일이 비로소 기다. 재가 내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기 그게 기가 맞다. 그게 기다. 다 타버린 그게 이 기가 맞다. 그 계기가 맞다. 그게 이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