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76>

볕인 그 신은 내가 쫓아갈 수 없었고
그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 나는

한층 깊은 침울에 거울을 놓고서
점차 가라앉을 수 있었다

가라앉는 것은 내가 가진 것 모두
세계가 작은 나를 품은 죄로
나와 함께 가라앉으려 하는가?

어둠에 길들여진 나는
생명을 보는 일이 드물었고

거울을 보면 항상 째려보는 사내가 있어
지겹지만은 않았었다고 하고 싶다

나를 찾는 늙은 여인이
내 어머니란 소리를 들었을 때,
가족 따위는 잊고 살고 싶었다

짐이거나 혹은 유산을 나누거나
두 가지 모두 해당이 안 된다면,

당신은 신의 그림자를 좇아야 한다
당신을 위해 한 층 아래,
거울을 놓고 왔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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