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H. 학교 기숙사의 사감이였다. H그를 보면 항상 혐오와 분노로 가득차 학생들을 정말 큰키로 내려다 보는 그 모습. 나는 그의 모습을 공포와 혐오와 함께 기억한다. 나는 무엇보다 나에 대한 혐오가 응축된 마음을 지니고 그 학교에 입학해 그 때 그의 모습은 순전한 공포 그 자체이었나. 그 때 항상 나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남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고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 까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였으면 인생사가 어려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를 어떻게든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래도 나를 객관적이다 못해 제일로 적대적이게 바라보는 내 현실적 자아가 뒤엉키는 그런 뒤틀린 내면을 가졌던 나는 누구보다도 나를 혐오했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겉돌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 죽을 맛을 보며 살아가다가 나는 나와 말을 붙이고 같이 지내주는 친구들을 찾았고 어쩌다가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친했던 사람이 없었을 만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생겼다. 어떻게 나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것은 나와 다르게 마음의 공간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수용할 수있을 만큼 넓어서 그랬던것.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칼을 겨누는 그런 음침한 마음을 가진사람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포용할 수있겠는가. 그것은 나는 죽기 전까지 할 수없는 일이다. 숨기고 싶지만 나는 전생애에 걸쳐 지금까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보지 못했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면 이리저리로 뒤엉킨 무언가가 나를 옭아 매어 나의 가슴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게 하였고 나는 그것을 핑계로 단 한번도 나를 직시 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항상 파편화된 평가들로 나를 깎고 올려치고 그 과정들을 전생에에 걸쳐 반복 했지만 뒤엉킨 나의 전체를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 것이다. 아니 알았지만 외면했다는 것이 맞다. 알지만 외면한다, 나의 짧은 생애를 관통하는 말이다. 나는 항상 알면서 외면했다. 스스로를 속이고 계속 속이고, 차라리 그 속인 것들이 나의 진심이였으면 좋겠다. 자기기만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그것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난다해도 나는 불행할 일이 적어질 것이며 적어도 나를 감싸고 있는 만성적 불행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급할 필요도 없는게 내 인생을 살면서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이것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 누군가에게 진실된 존중을 받아서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짧은 인생동안의 경험에서 든 생각중 가장 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것이다. 결국에 인생은 나를 사랑하려고 가는 과정이며, 나의 경우에는 그것은 우매함의 봉우리의 그래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어릴 때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다가 점점 나를 직시하게 되고 그것때문에 나를 깎아내리고 혐오하다가 결국 누군가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 덕분에 넓어진 마음. 그것으로 나도 누군가를 존중할 수 있다. H의 경우에도 그렇다. H와 서로 말하고 지낸 것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러한 과정속에서 그가 다시 보이고 그가 다시보여 그를 인간으로써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걸어온 궤적 때문에 생긴 권위주의적 성격과 관련된 관성 때문에 남에게 친절하고 진솔하게 하는 것이 서툴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여린 그 본질적인 마음은 꽤 긴 세월동안 변하지 않아 고뇌를 겪는 그 모습이 나에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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