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해준
그 모든 것에 감사해
정말이야
나는 어쩌면 바보인 줄 몰라
계산을 하기 귀찮아 하는
네가 나를 견뎌준 것처럼
나도 너를 견뎌주었던 시간이
서로 어긋났다고 해도
우리가 너무 다른 존재임을
그러니까
너와 가까워지려 할수록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우리의 계산법
늘 뭔가 어긋나는
나는 이걸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겠어
우리가 마음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아는 사람들이고
만약 우리가 무인도에서 단 둘이 살았다면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다름으로 인해
각자의 길을 가도록 하게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하루 종일 지루하지도 않았을 거고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았을 거야
우리의 상처가 깊은 건
우리가 그저 단 둘이 있는 게 아니기에
그냥 그런 꿈을 꿨었다는 거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거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내가 너를 미워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네가 편안해졌으면 하는
우리에게 남은 건
숨이 붙어있는 한
시간은 파도처럼 혹은 바람처럼 밀려올 거라는 것과
그것을 받아낼 힘을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서
얻어가는 것
나는 그게 중요한 거 같아
지나고 보니 너란.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
너의 장점은 나에게는 상처가..또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을 거 같아..음..지나고 보니 그렇더라고..너의 배려는 사실 나에게 배려가 아니었던 거 같아서..아마 너는 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을 거야
그래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속이지 않고 노래해준 거..음..그런데 정말 나하고는 안 맞아..나는 고통을 즐기지 않아..
고통을 피하는 성격도 아니지만..만약 그게 내가 아주 모르는 타인에 대한 얘기였다면 어떻게든 너를 나에게 붙여두려 애썼을 거야..그런데..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오늘이 너와 나의 진짜 마지막이라면 나도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일단 지워야 할 그림이 하나 있고..다른 게 아니라..나만 아는 그림 하나..그리고 많은 세상이.지워지겠지..지워야 하겠지..기억하는지 모르겠어..나중에라도 늙어서 혹시 네가 먼저 죽게 된다면 내가 지켜주겠다고..그리고 네 안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은..네가 그냥 빈 몸 하나로 오더라도..그래도 같이.있겠다고 하고 싶었는데..지금은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아닌 것 같고..그저 그때 내 마음이 그랬다는 거..지금은 아마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돈을 벌어야 할 중요한 순간일 테니까..
잘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제 내 생각은 하지 마..나도 이제 새로운 사람을 사랑해야지..아마 이 사람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겠지만..언제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그게 내가 매일 해나가야 할 숙제네..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온도차가 다르고..그 온도차이 때문에 또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아플 테고..
하지만 우리 때문에 다른 누군가 계속 아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어쩌다보니 나는 계속 이별을 강요하고 있네
별 일 없을 거죠?
음..만약 무슨 일이 생기는 거라면 그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닌 걸요
혹시 요즘엔 뭐 하고 지내요?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사소한 것들..그렇게 알고 계시다고 들었어요..사소한 게 뭘까요? 저한테는 에어팟 케이스에 낀 먼지를 닦아낸다거나 내가 만든 구슬 팔찌의 구슬들을 하나씩 만지며 염주라도 세듯이 그렇게 구슬 하나씩 만져보는 것..옷에 붙은 보풀이나 먼지를 떼는 것..컵에 꽂힌 볼펜들을 하나씩 꺼내어 써보면서 잘 안 나오는 볼펜들을 버리는 것..그냥 그런 데서 재미를 느껴요..무언가 잘 안 풀릴 때는 그냥 테이블의 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는 것으로도 생각이 떠오르거든요..아니면 반대로 떠오른 생각을 지울 수도 있어요..어려운 때라는 거 알아요..사실 뭘 알겠어요..그냥 하도 이상하게 돌아가니까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만 알고 있죠..오늘 저녁에는 시원한 얼음물 한 잔 마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