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는 담배를 보았다. 멘솔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 순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이야, 수영아."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보다 낮아져 있었다. 피아노를 치던 손은 이제 담배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고, 옅게 번지는 연기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은 여전히 깊었다.


"응, 오랜만이야."


우리는 강변의 한 바에 앉았다. 바 안은 붉은 조명으로 물들어 있었고, 카운터 위에는 위스키 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발베니 17년을 주문했고, 그녀는 칵테일 한 잔을 손에 들었다.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초등학교 5학년 때, 방시연은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 그녀는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너 피아노 치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손가락이 길잖아."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느 가을 날, 그녀는 내게 고백했다. 


"나 너가 좋아."


하지만 우리는 사는 동네가 달랐다. 그녀는 학원이 끝나면 항상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고, 결국 우리는 초등학생의 순수한 기억이라는 것으로 남겨진 채 시간이 흘렀다.


중학교 때 나는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이 되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싸움을 했다. 시연은 그런 날 보고 정신을 차리라고 했지만 이런 삶이 허무하다는 걸 깨달은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래서 나는 시연과 더욱 소원해지고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다. 그렇게 나는 철이 조금 들었다. 그라고 그 때의 방시연이 했던 말을 곱 씹으며 공부를 시작했고, 최가연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내게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가졌지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 후로 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멘솔의 차가운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나는 방시연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우연히 방시연과 다시 만났다.

"넌 변했어." 그녀가 말했다.


"너도 변했지."


그녀는 웃으며 담배를 피웠다. "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


우리는 그날 밤 함께 잠을 잤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그녀의 몸은 따뜻했고, 피아노를 치던 손은 여전히 아름답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그녀는 떠났다.


"잘 지내."



일단 써봤는데 이상한가요.. 제가 하루키를 좋아해서 분위기가 좀 비슷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