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를 읽어보았는가? 나는 읽어본 적 없다.

서글서글한 날씨에는 알맞은 주스가 있는 법이다. 어두운 날은 칙칙한 음료, 밝은 날은 밝은 음료로, 날씨에 맞는 음료를 마심으로써 나는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남들이 보기에는 뭔 미친 인간으로 보이겠지만, 나의 초등학교 수준의 사고는 쌓여버린 세월에도 변하는 법이 없다.

바람이 부는 오늘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다.

바람이 불어서 좀 시원하기에, 바깥에서 활동하기 좋다. 그래서 이런 날은 밖에서 달리거나, 산을 타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산을 타는 것은 꽤 많이 힘든 일이다. 나의 체력이 많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나만의 산을 타는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산들은 올라가기 좀 가파른데, 그래서 나같이 운동 능력 없는 사람들은 올라가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로프로 길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곧잘 평범한 법이 없어서 산에서조차 새로운 길을 만든다. 한 발짝 올리고 못을 박고, 로프를 걸고, 이런 식으로 2m마다 로프를 연결해서 다음에도 또 오기 편하게 만들어 놓는다. 이 못을 박는 것은 꽤 힘들어서 금방 지친다. 가끔은 내 발에다가 이 못을 박을 뻔도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런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저번에 만든 길을 타고 올라오니, 산의 경치가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2시의 태양은 언제나 밝은 법이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 됐다고 내 전자시계에서 뚜-우 소리를 낸다.


집에 도착하니 밥은 차려져 있다. 나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생선조림과 시래깃국을 먹었다. 참 억지스럽게 먹어서인지, 속이 좀 안 좋긴 하다. 아무래도 요리 솜씨는 쉽게 늘지는 않나 보다. 나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데, 아내와는 2살 차이로 내가 연상이다. 나의 아내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나는 청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낳았고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오늘은 내가 요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별 이유는 없다. 그냥 저녁을 내가 요리하고 싶을 뿐이다. 아내의 음식에 대해 대놓고 뭐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할 때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요리는 그냥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지만, 나는 요리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람에게 줄 마음의 준비라고 본다.

요즘 식당에서 맛, 품질 등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는 이것은 요리사의 마음가짐이 아쉬울? 뭐 그뿐이다.

나는 장을 보러 마트에 천천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보통 7시를 좀 넘어서 오니, 적당히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바람이 또 세게 불어오니 적당히 시원하다. 복잡하지는 않지만, 아주 간단하지 않은 음식, 그래 짜장면이다.

아이들도 짜장면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고, 참 적당한 음식이다. 짜장면에는 돼지고기의 앞다리살 또는 뒷다리살이 들어간다. 앞다리살이 뒷다리살보다 비싼데,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걸 먹여주고 싶기에 앞다리살로 산다. 그 앞뒤 다리의 차이는 모르겠으나, 비싼 게 더 좋은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좀 더 비싼 앞다리를 고른다.

대부분의 재료는 집에 있으니 그냥 고기와 아이들이 마실 음료를 가지고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마트 아줌마는 언제나 친절하다. 나에게 언제나 미소 짓는 것이 참 친절해 보인다.

"9650원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지갑이 없다. 아줌마는 갑자기 나를 보더니 소리친다. 뭐지, 왜 그러지. 나는 당최 이유를 모르기에 앞다리살을 나의 자리에 갖다 둔다.

갑자기 동네 아줌마들이 나를 보고 뭔가를 이야기한다. 그들 중 한 명이 결심했는지 나에게 와 이야기한다.


"저기... 연희 아빠야... 당신 아이들 이미 2년 전에 떠났잖아... 매일 와서 뭐 하는 거야. 정신 좀 차려. 계속 그러면 남들이 불편해 하잖아.."


아. 그렇다. 내 아이들은 죽었다. 그것도 아이들은 동시에 같이 죽었다. 아ㅡ 그뿐만 아니다. 내 아내도 같이 죽었다.


나는 뻐꾸기같이 이 말을 되새김질하며, 혼자 거리를 돌아다닌다.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져도 상관없다. 그냥 나는 정신이상자처럼 지나가고, 사람들은 묵묵히 지켜보고, 그렇다. 이것도 이런 날씨의 루틴이다.

밝은 날에는 밝게, 어두운 날에는 어둡게,

나는 이제 산을 탄다. 그냥 내 길 따위는 잊고, 아예 새로운 길로 간다. 몇 번이고 굴러 떨어졌지만, 그냥 올라간다. 가는 길에 내 로프가 보였다. 그냥 뜯어버리고 발로 차고 부쉈다.

산 정상에 도착하니, 밤이다. 아무도 없다.

야생동물의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부조리, 그렇다. 부조리는 읽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삶이 부조리한데, 읽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것이다.

다시 하늘을 보자. 별따위는 없다. 주변이 너무 밝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다시 나는 경치를 본다.

아름답다. 그러나 내가 아름답지 못하다.


뚜-우


12시다.


내가 자야 하는 12시.


달이 떠 있는 12시.


해가 지고 어두운 12시.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덜 아프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정신이상자라 할지라도, 나는 내 삶을, 나를 위해 산다. 잊으려는 것이 아니다.

잊을 수도 없다. 나는 그냥 묵묵히 살아가고, 추모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렇다.

해가 졌다고 해서, 빛이 없으라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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