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지옥인간의 기도






*본편 무관*


“이제 신학은 우리들 위대한 파라탐 초존재의 이념 가운데 하나로 돌고 돌아서 현재 포섭되었습니다. 신학은 신정론, 신본주의도 말하나 이 또한 결국 사람의 논리에 불과합니다.


저 지옥인간 아가스차는 인신족으로, 인신족은 호모 우라노스(天人)의 일족으로, 의인들과 도덕적인 사람들의 인격 복제체와 도덕적 인공지능의 합일로 제조된 도덕적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이기도 합니다.


제가 총책임자로 있는 이곳 괴우주 통합 지옥(코즈믹 헬, Cosmic Hell)은 사실상 자유민주공화정에 입각해 있는 교도소지요. 인류가 지구에만 붙들려 있던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제 지옥은 교도 행정에도 신경을 씁니다. 물론 감옥의 본분인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약한 상태로 두는 것에 더 큰 배분이 있습니다.


때때로 제가 속한 파라탐 초존재들 가운데서도 자신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본 나머지 무신론이라는 이기적인 오만에 붙들려 남의 권익을 해치는 데까지 이르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자들을 처단하는 데에 제 종족과 제 직분이 있는 것입니다.


무신론은 합리로 무장하나 실은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는 절대자가 있을 수 없다는 근거 없는 사상일 뿐입니다. 세계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근본적으로 뛰어난 절대자가 만약 있다면 그분이 괴우주와 인간의 과학과 논리로는 들키지 않도록 숨어 있을 수 없다는 무신론자의 생각은 교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성경 코헬렛(전도서)에 나오는 사유입니다.


절대자 그분이 만약 드러난다면 우리의 삶은 그저 강제로 끌려다니는 것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런 비참을 어째서 선하신 그분이 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일까요. 물론 지금의 우리는 간단하게 적잖은 타자를 조종할 수 있고 이는 신이 없다는 한 증거라고 떠드는 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타자를 조종한다는 건 그의 의지를 휘둘러서 세상의 단순함을 향하는 것이고, 나 자신도 조종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원리는 바뀌는 일이 없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에서 인간에게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하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다는 발언은 그것이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절대자의 선악이 인간과 다를 것이라고 회의론자들은 때때로 말하기도 합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정곡을 찌릅니다. 신은 자살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자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이 존재하려면 자신의 자살 충동을 방어할 논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인간과 우주의 논리 즉 합리의 무신론으로만 드러난 논리에 있어서는 제가 자살하는 것을 전부 막을 수 있는 논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은 영원 속에서 스스로 자살하지 않을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해야 살아 계실 수 있고 이는 신이 우주의 지성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불가지한 논리들을 갖고 계실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선악이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인데, 이는 신도 자살을 피해야 선할 수 있고, 고로 신이 살아 계시다면 선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전지전능하면 전선할 방법을 알 수도 있다는 것과 통합니다. 파라탐 초존재들의 공적들은 때때로 자신을 최종악마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최종악마란 범우주적 자살자입니다. 신이 최종악마를 선택하셨다면 이 세상도 없을 것이니, 이는 신이 최소한 최종악마 이상으로는 선하신 분이란 것이고, 최종악마는 패배했다는 것이니, 신이 선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은 생각만 해도 변화하므로 똑 같이 평등하게 허무하고, 신이 있다면 그분이 모든 것을 합당하게 심판하실 것이라는 결론은 내려질 수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유기체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다른 물질들도 유기체처럼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은 주효했고 때문에 파라탐 초존재도 의식을 가지며, 신도 의식을 갖기를 소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이 의식을 가져야 신격이 있고 나름의 감정을 가지실테니 생존과 자살에 관해서도 고민하실 것이라는 것이 도출됩니다. 신은 설령 최종악마가 이 세상을 접수해도 마지막까지 남으실 남이니, 그야말로 배후의 절대자일 겁니다.


이는 불가지론입니다. 이는 모른다는 것이고 그렇게만 세상은 논리적으로는 보입니다.


물론 무신론자들의 주장처럼 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신론은 다만 온 세상이 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불가지론자로 살면 어떠할까요. 신을 믿고 싶어하면 어떠할까요. 신이 없어도 그렇게 신실함을 갖고 살면, 수많은 이들과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신이 있다면 참다운 구원이 내릴 것입니다.


절대자 주님이 계시기를 빌며 이렇듯 기도를 마칩니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