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작은 방안에 있어


그 사람이 지닌 거미줄로 나를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 어른이 활짝 든 손금 뭉텅이로 내 얼굴을 꽉 덮을때

나는 주름 패인 압박만 더 조여들 뿐이었어


노을 살랑대는 논두렁을 걸을 때

바람을 타고 붙어온 한 줄 거미실이 내 코와 볼에 접촉하면

나는 검지를 들어 살짝 긁어댈 뿐이었어


한줄 실의 간질거림으로 존재함을 짐작했던 거미실은 

끊어져 코와눈 사이에서 단지 뻔한 거짓말로 속삭됐을 뿐이야

내 얼굴은 흰 반죽처럼 컸고 단지 가물거리는 찝찝함만이 남았지


허나 우리는

그 해 겨울 밤 강둑에 앉아

햇빛을 빌린 달빛에 발린 서로의 얼굴에서

무엇을 보았니


밤의 음영 사이를 찌르는 거울빛에서

굳게 닫힌 신비한 입술에 속아

아름다운 거짓말에 뉘여 서로

어떤 작품의 탄생을 짐작했니


그 시간

너는 단지 그 곳에 서 있을 뿐이었어

너는 그 곳에 단지 위치해있을 뿐이었어


조명은 세팅되었고 광채는 준비되었을 뿐이었어

어둠과 시간은 적절히 조율하였고

단지 달님이

액션! 

외쳤을 뿐이야


너는 단지 그 순간이 좋아서

그 순간이 기뻐서 단지 웃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