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42분

의자는 팔걸이 대신 졸음을 품고
창밖은 쨍쨍하다 못해 좀 심술궂다

나는 베개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의 중심은 어디쯤에 있니?”
베개는 대답 대신
살구 냄새를 내뿜고는 졸린 척을 한다

구름은 자꾸만 양치질을 하다가
치약을 목도리로 둘렀다
지붕 위 고양이는 빨간 실타래로
시간을 감고 있다,

냉장고에선
아침의 말들이 얼어붙고
방 한구석에서는
양말 두 짝이 말도 안 되게 서로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 내 머리 위에서
오렌지껍질을 벗기고 있다
그 소리는 내 뇌파를 간지럽힌다
그래서 나는 지금
문장 대신 물컹한 멍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