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친 것도 아닌
느린 호우.
창문은 반쯤 열려 있고
천 위엔 물방울 냄새


포스터 속 여자는
검은 스타킹과 흐리멍덩한 시선과

샹들리에 처럼 살폿한 미소.

그 아래로,
니콘 카메라와 옆에 놓인 와인 잔,
붉은 적 없는 반쯤의 무게


침대 위엔 부드러운 자세를 입은 여자
얆은 다리를 엇갈린 채 누워 있고.
창밖의 리듬은 움직이지 않지만,
여자의 몸 위에 나른한 리듬이 돌아간다


"파스타는 원래 비 오는 날에 먹는게 아니야"
포스터 속의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
엉뚱하고도 이상한 말.
그러나 그 말이
비디오보다 먼저 방 안에 들어왔다.


창밖은 회색 건물,
창 안은 살결과 패브릭,
바깥 거리를 걷지 않고도
피부에 닿아서 녹아버리는 초야.


"파스타는 원래 비 오는 날에 젖지 않아."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고개를 들었고


와인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포스터에 있는 여자의 시선은
니콘 카메라를 보면서 웃고 있고
비는 그냥 계속 그 리듬으로 떨어지고

비디오는 그저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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