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첼로>


깊은 밤,

젠하이저 헤드셋에선

달팽이관이 춤추는 寥(료)한 소리.

위스키는 은하수 잔 속에서

얼음다리를 건너가며,

넥타이를 맨 오렌지 한 조각이

흐물거리는 탁자 위에서

동그랗게 하품을


창밖엔 휘어진 달이

수수께끼 풀듯 엉켜 있고,

가로등 불빛은

어제 쓴 편지를

비둘기에 묶어서 날린다.


낡은 코트는

구름처럼 떠서

공중을 떠도는 기억들을

소리 없이 담아내고,

방 안의 그림자들은

거미줄처럼 끈적한 코골이를


내 발밑에선 

어제까지 돌던

시계바늘이 반대로 돌아가면서

드리웠던 긴 그림자를 지우고,

위스키 잔속에선 향유고래가

수증기를 내뿜으며 도약한다


누군가는 속삭이지.

"이제는 벽지가 노래할 시간."

귓가엔

부유하는 건반의 

여명의 서늘함이

선율의 멜로디가,

내 머리 위로는

솜털 같은 탄식이

레몬 향을 풍기며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