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시체 썩은내, 방 안에서의 식사...
군대를 다녀온, 20살을 넘긴 대한민국의 한 남자의 이야기다.
22살 7월, 나는 전역을 하였다.
적금을 신청하기 귀찮아서 전역했더니 딱 500만 원이 남았다.
“군 적금을 넣었다면 1000만 원 이상 받았으려나...”
나는 전역한 후, 일주일에 4일은 배달을 시켜 먹었다.
피자스X... BBX.... 빵... 심지어 샌드위치도 말이다.
샌드위치는 편의점에서 살 법한 나지만,
글쎄... 그때는 뭔가 앞뒤를 재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저 먹고 싶으니까.”
학교 끝나고 온 동생들에게,
“피자 먹을래?”
“오... 난 좋아... 아니, 근데... 형... 괜찮아??”
“(사양) 하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형이 요즘 자주 사주니까.”
“(점잔 빼는 거) 하지 마라.”
그러고선 나는 마지막 확인을 위해,
“그럼 시킨다??!!”
“어~~~~~”
그 대화를 끝으로 서로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배달 아저씨가 초인종을 눌러온다.
나와 동생이 배달을 시킬 때 오가는 대화는
뭐... 거의 이런 레퍼토리였다.
저 엉뚱한 문답조차 말이다. 하하하...
돈을 다 쓰기 전, 아빠는 중간중간 나에게 경고를 했었다.
아빠와 대화를 할 때면 오늘 밥으로 뭘 먹었냐는 얘기가 항상 나왔는데
난 그때마다 우물쭈물하며 배달을 시켜 먹었다고 말했다.
아빠는 씁쓸한 얼굴로 집에서 밥을 해 먹으라고 그랬다.
군대에서 벌어온 돈을 배달 음식에 쓸 거냐고 말이다.
뭐, 그렇다.
배달을 계속 시켰다.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시키고,
쿠팡에서 흥미로운 게 보이면 장바구니에 담고 충동적으로 샀다.
.....
돈이 다 떨어졌다.
돈을 벌기 위해 알바X, 알바X국에 들어갔다.
호텔 서빙, 설거지, 노가다, 물류센터 알바가 주로 많았다.
호텔 서빙 쪽은 나간다고 해놓고
막상 아침이 되고 가기 귀찮아서 잠수 탄 적이 많았는데
이젠 내가 사는 서울권에선... 서빙을 구하기 힘들 정도이다...
노가다랑 물류센터는 힘들다. 그래서 안 한다.
설거지 알바 몇 번 해봤는데, 아줌마들 성질이 너무 더러웠다.
그렇게 집에서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생활했다.
애니 정주행... 유튜브 공포게임 풀버전...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까.
의식주를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생활을 해서 그런 걸까.
내 말투는 뭐랄까... 희망조차 없게 돼버렸다.
학교를 마치고 온 동생이 기운차게 나에게 말을 건다.
오후 4시경
“후붕이 형~~~~~~~~”
“(잠에서 깨며) 으, ㅁ... ~~~~~~~~~~~ 어어~~!”
“자고 있었어??”
“어... 방금 일어났어.”
“밥은??”
“아직....... 난 인간 말종 폐기물 쓰레기니까... 감히 내가 밥 같은 걸....”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비하) 하지 마라.”
“ㅋㅋㅋㅋ........”
‘.....’
마치 서로 상반되는 존재인 해와 달처럼,
그 극명한 분위기는 우리 집에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동생들이 학교에서 끝나고 하나둘 들어오고,
부모님이 들어온다. 밤이다.
부모님이 올 만한 시간에 울리는 현관문 도어락의
‘삐삐삐삐-띠리리~’ 를 항상 경계하고 있다.
나는 번호키를 누르는 리듬으로
누가 현관문 밖에 있는지 구별할 수 있다.
(독자 생각예상)
‘그야 뭐, 항상 집에 있으니까 그럴 만도 하겠네...’
특유의 리듬감을 가진 도어락 소리가 들리면
나는 재빨리 어둡고 시체 썩은내가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간다.
에어팟을 빼고, 거실에서 나는 발걸음의 소리의 파동을 파악해
어디 방향으로 가는지 추적한다.
아빠가 내 방 쪽으로 온다.
왜냐하면 아빠는 퇴근 후 내 방에 있는 옷걸이에 항상 옷을 걸기 때문이다.
“어후... 시체 썩는 냄새... 환기 좀 시켜라, 후붕아...”
“넵.......”
근데... 이 대화조차 과거의 것이다.
이젠 방에 들어와 한숨을 푹 쉬며 옷을 걸고는 나간다.
시간이 갈수록 난
배변과 담배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는 방에만 있었다.
뭐랄까, 순공시간이 아닌
순백시간? 그런 거다.
그렇기에 아빠와 나의 사이는
정말 내 방의 냄새처럼, 소리 없이 썩어갔다.
이제는 밥도 같이 안 먹는다.
거실의 식탁에서 물론 먹은 적도 있었지만
너무 눈치가 보였다.
엄마가 작은 상에 밥이랑 반찬이랑 해서
내 방으로 가져다 주신다.
가끔 밖에 담배 피러 나간 김에,
남아있는 네이버 포인트... 혹시나 남아있나 해서 확인한 컬처랜드... 환급금...
동생한테 빌린 동전... 엄마가 주신 용돈...
그걸로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나 담배를 사기도 했다.
그걸로 나는 겨우겨우 밤을 보내갔다.
어느 날, 방에서 애니를 정주행하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 창문 옆에는 고속도로가 있어서
밤에도 은은한 빛이 남아있다.
술을 진탕 먹고 집에서 정신 못 차리는 아빠,
일 끝나자마자 기절하듯 누워서 주무시는 엄마,
학교에 가서 충실한 학교생활을 보내는 동생들.
‘다들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나도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도 알고있어!!! 내가 한심한 인간인 것쯤은!!....'
'그래서...그래서..더 미안한거란 말이야......'
볼을 타고 흐르는 이 눈물은
부끄러워서일까, 미안함일까...
가족의 영웅 같은 게 되려 했던 게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가족에게 부끄럽게 살고 싶지는 않아...!’
장부의 한탄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니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