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었던것 같다.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그 만남을 재현하기 위해, 난 또다시 철로 이루어진 성벽 앞에 선다.

300번의 만남. 그리고 300번이 넘는 좌절.

끝없는 도돌이표 속에서, 난 길잃은 아이처럼 그저 빙빙 맴돌았다.

생각을 덮고 시야를 떨궈 눈을 감는다.

죽어버린듯 고요해진 심장, 무덤덤 해진 손끝, 그리고, 일정하게 내쉬는 숨결.

만남이 길어 질수록 점점 무뎌져 가는 신체 반응은,

결국 처음 만날때 느꼈던 감정을 뭉개 버렸다.

그래,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사랑인지, 기대인지, 무언가의 목적성이 있었는지.

처음으로 문이 열릴때의 그감정.

300번의 연마질로 사라져버린지 해묵은 그것

"세라, 문앞에서 멍히니 뭐하는 거야?"

한참을 서있던 나에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순간 눈앞에 겹치는 그의 얼굴.

그리고..머리속에서만 재생되는 그의 모습은 이내
신기루 처럼 흩어졌다.

7월 12일, 그가 죽은지 301일째 되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