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선풍기 요즘은 에어컨

창고에 숨어 있지 비닐을 머리에 쓰고서 신부처럼 포장된 시체처럼

선풍기 날에는 때가 많다 앞 뚜껑 철사 하나 하나마다 먼지가 주름주름 송송


여름 밤 매미 소리 들리고

아빠가 파리채를 바닥에 치는 소리 들리고

아직은 선선해서 노란 장판에 가버운 이불을 들리우고 눕고

머리맡엔 끝불이 붙은 나선의 모기향과 하얀 때낀 선풍기


아 아 아

선풍기 앞에 입을 대고


형제 둘이 여름 밤에 선풍기를 뉘이고

회전버튼을 누른다 

선풍기는 돌아가고

시원한 바람의 시간을 나눈다


형 차례는 동생이 바람을 맡고 있고

동생 차럐는 형이 바람을 맡고 있고

선풍기 그렇게 맵시있게 생명처럼 돌아가고 

시간을 나눈다


가족이 둘러앉아 여름 밤에 선풍기를 뉘이고

회전버튼을 누른다

선풍기는 돌아가고

가족 여럿이 모두들 누워 잠에 빠져있는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자식도 할배 할매도 아닌

하나가 이 밤에 돌아가며 서 있다

하나씩 바라보고 살펴보는 하나가 서 있다

위대한 하나야 너는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구냐 


자는 동안 선풍기 안끄면 죽는다며 

이게 밈이라고 한다며 어 재미없는 친구야


에드워드 양의 선풍기

요즘에는 에어컨


선풍기 소리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 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회전 버튼을 누를 때는 더더욱 배가 된다


열섬이 유행인 도시에 선풍기를 키면 뜨거운 바람만이

초여름 밤 매미 우는 농촌에서야

그제서야 선풍기는 남편 찾은 신부처럼 제 모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