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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파토스


지렁이는 긴 시간에 한 문장을 꺼냈다

흙 속에 지렁이 마디가 늘어났다 줄어들고

밀어내는 만큼 작아지고 몸 담은 만큼 진실된 문장

촉촉하거나 건조한 진심일 뿐인


지렁이의 몸을 나는 왜 이것을 읽고 있을까

양수가 터지듯이 조용히 지나가면서 긴밀하고 천천히 늘어났다 줄어드는,


몸으로 밀고 나가며 몸으로부터 멀어지기,

몸의 파편들 전언傳言이 내게도 있고

몸으로부터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흡사 흡반吸盤이 내게도 있는데


나는 지렁이에게로 부터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귀를 벌겋게 만드는 것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초고도超高度를 뚫고

지렁이는 마하 속도로 말을 건다,


음속音速 속에서 내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심私心뿐인 생각만 많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이기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지렁이는 한 문장을 꺼냈다

몸의 마디가 늘고 줄어들면서


가진건 시간 뿐인 음속이라며,


비 오는 날 천천히 지렁이의 시간이 양수를 구별할 때

시멘트 바닥 위에서 납짝 굳은 지렁이는


이미 시간을 초탈超脫해 있는 사제는 아닐까

생사를 이미 수 없이 건너뛴 것은 아닐까 하고


문장을 본다


한 번은 건너뛰었을

평생 나의 오보誤報로 매김한

유속流俗의 평평한 시간에


줄어들었다가 늘어나는

내게 있는 뱀 같은 문장과

행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지렁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