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포로 차를 잡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궁 수비가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다른 수를 두었다

분명 아버지의 유령이었다
복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깊은 수읽기에서 말이다

어쩌면 한밤의 성벽에 출몰했던 것이
아버지의 유령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유령의 실재를 부정하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 전제로 햄릿은 진실을 외면한 채 살 수도 있었다

2016년 3월 13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은 신의 78수를 두었다
그때 그는 다른 수를 둘 수도 있었다
어떻게 그 수를 두었을까?
그 순간 그와 바둑의 유령이 묘한 교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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