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대는 바다 앞에서 사전을 엽니다.
첫번째 기역부터, 열네 번째 히읗까지 모래 위에 뿌려지면
각각 문자열의 절취선을 따라
가위로 바다를 오려 붙였습니다.
(이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사전을 흔드니 바다가 출렁입니다.
나는 따개비처럼 붙은 단어들을 찾으려
여러 페이지에 투망을 던졌습니다.
볕의 호흡이 닿지 않는 곳에는
난파된 목차들이 침몰해 있습니다.
꺼내어 후후 불어보니, 한 줌의 여름입니다.
오래전 뱃멀미를 하며 바다에 빠트린 건지
아니면 모래톱에 묻어 두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습니다.
다만 유기된 채, 반짝이는 울음은 늘 여름의 비늘이었습니다.
사전을 덮습니다. 바다는 거뭇해졌고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어느새 손가락은 뿌리가 되고
뿌리는 사전의 지층을 꿰뚫고
사전은 여름을 향해 히읗 다음, 열다섯 번째 자음을 만듭니다.
자음의 윤곽은 나를 닮았고, 누군가는 쌍둥이라고 합니다.
여름의 비늘 예쁘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