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 글을 적는다
스크린이 나가 생긴 노트북의 앞머리 사이로 치켜보며 글을 쓴다
나는 항상 불행할 때 글을 쓰려고 한다
눈 돌릴 곳이 필요하거든
아무것도 안 하면 내 생각에 잠기니까 뭐라도 해서 정신 팔리게 해서 뭐라도 남겨서 무죄의 증거를 남기려고
행복을 기록하면 나한테 도움이 된다
불행을 기록하면 나한테 도움이 되나?
마치 효용 없는 면죄부를 쓰는 나다
더 자세하게 고통스럽게 생생하게 적어두면 마치 그게 사실인 양 정성스러운 면죄부 하나가 만들어진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적어두면 마치 사실인 양 보인다
나중에 보고 읽고 이랬구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지금 상처를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그때 상처가 많았다며
난 아픈 인간이 된다
아픈 인간이 되면 그때 어떤 시련들이 있든간
아픈 시련이 우선되듯이 보여져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듯이 아픈 사람에게 돌을 못 던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 식으로 그런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사실은 거짓말이야
거짓말인가?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거 같은데 그냥 손이 움직이는 대로 뱉어왔던 거 같은데 이렇게 쓰니 그렇게 됐다
그러니 내가 쓴 오늘의 일은 진실이 되는 거겠지
내가 그렇게 썼으니 말이다
너무나도
가치가 없는 인간은 이렇게 발버둥친다
보이는 곳에선 엉망진창 굴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엉망진창으로 울다 어루만진다
둘 중 하나는 제대로 굴어야 하지 않나?
누구는 둘 다 어엿한 인간이라고들 부르겠지만
그건 그냥 내가 아파보여서 아닌가
아님 아파할 거 같으니 그런 거 아닌가
어엿한 내가 보기엔 참 그렇다
나는 결국 가치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보여지게 될 테고 그렇게 될 텐데
가치적으로 보여져야 하니 지금 수치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애매하다
모든 방면으로 다양하게 애매하다
애매한 구석만큼으론 애매하지가 않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횡단보도를 보면 초록색으로 바뀌는 인간
전속력으로 뛰어가지 않으면 눈 앞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인간
행운이 있지도 없지도
불행이 없다가 생기는 그런 애매한 인간이다
운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난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라 모르겠다
생긴 것도 애매하다
얼굴도 키도 손도 발도 다리도 팔도
나쁘진 않은데 뛰어난 점은 없는
체지방률도 근육량도
시력도 피부도
치열도 머리카락도
나쁘진 않은데 특출난 점은 없는
행운도 공부 머리도
지식도 상식도
열정도 양심도
잔머리도 성실도
나쁘진 않는데 좋진 않는
특징이 없다
모든 방면으로 애매해서
애매하게 착해서 누굴 등쳐먹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나빠서 머리는 굴려 편하게 살고 싶어하고
머리가 애매해서 그러지는 못하고
애매한 머리로 공부를 포기하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무식해서 도전을 못하고
애매하게 도전적이라 실패하고
애매하게 성실해서 좋다 말고
애매하게 자존감 있어 나 자신을 버리지도 못하고
애매한 열망으로 성공은 하고 싶고
애매한 기호로 그 무엇도 고르지 못하면서
그렇게 애매하게 살고 있다
삶도 애매해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우울증도 애매해서
그렇게 애매하게 살고 있다
난 보며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애매한 인간이 다 있을까
최악이 아닌 거에 감사하라면
난 최고의 인간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무엇 하나라도
어쩌다 최고를 품게 된다면 바로 최악의 인간이 된다
저주받은 기분이다
애매하게 객관적이라
애매하게 현실적이라 다시 잘 현실로 돌아가긴 하는데
애매하게 자기현학적이라 금새 돌아온다
좋든 안 좋든 극에 달했으면 널뛰기 뛸 필요가 없지
기호도 선호도 무엇도 애매하다
난 뭘 바라고 살고 있지를 않다
그래서 참 애매하다
나도 날 이렇게 까서 보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거 같은데
나라도 나같은 인간을 걸러걸러 보고 싶을 거 같은데
애매하다
효심도 애매해서
그렇게 강한 책임감이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주지도 못하는데
죄책감은 또 있다
부모님마저 바라지 않는 최고의 결과 아닐까
놀거면 속 편하게 놀기라도 하지
놀면서 편하게 놀지도 않고
일하면서 힘들게 일하지도 않고
힘들게 공부 하면서 결과는 없다
벌어놓은 알바비로는
나한테 흥청망청 쓰지도 않고
맛있는 걸 진탕 먹지도 않고
술이나 거하게 마시며 청춘을 보내지도 않고
그저
잃어버린 충전기
지각으로 택시
카페가서 비싼 음료
따위로
다 나간다
재태크를 거하게 하고 있지도 않아
주택청약 하나
그럼 난 돈을 왜 벌고 있지
부모님에게 용돈을 안 받는 것도 아니야
그럼 난 돈을 대체 왜 벌고 있는 거야
왜 난 그 실업급여 4번 50만원 200만원 받으려고
그 3개월을 25일을 600시간을
거지같이 사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많지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제발
가져가 제발
난 애매해서
살다가도 포기하고싶고 그래
살고 싶진 않아
죽을 용긴 없지
도망치고 싶어
애매해서 도망 치지도 못해
태어나서 그냥 사는건데
의미가 있다 없어져 그냥 사는건데
그냥 약육강식으로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이미 세상은 그런데
자연처럼 친절하게 손수 죽여줬으면 좋겠어
친절하잖아
진심이 담겨 있고
나는 전에도 글을 남겨놨었다
전에 쓴 글을 읽으면 슬펐거든
지금은 오글거려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타인도 아니라 당사자가 봤는데 그래
오글거려
더 정확히 말하면 글이 잘 안 읽혀
그렇구나 싶고
그냥
더
더 내가 애매한 사람이구나 싶고 그래
불치병이라기엔 병의 경중이 낮아
콱 죽어버리지도 못하는
그냥 평생 달고 사는 비염이 뇌에 낀 거지
내 뇌엔 염증이 있고
컨디션 나쁘면
아님 뭐 특정 계절이나 시기가 오면
염증이 심해져서 불편해지는거지
죽진 않고
그냥 삶의 질이 떨어지는거지
만성비염도 뭐 누가 잘못했나? 그냥
그냥 그냥 그렇게 태어난거니까...
나도 그런거지...
차라리 비염이 낫지 않나
뇌에 있는게 어떻게 아래로 흘러가 이동해주면 안될까
난 이렇게 병도 애매해
행복도행운도불행도불운도 그냥 다
멍청했으면 멍청했어서 후회하면 되는데
난 다 알면서 못 바꿔서 후회해
그럼 뭐지
무지보다 더 나쁜 거 아닌가?
해야할 일 알면서
난 또 이래
근데 놀랍진 않아 계속 이랬었으니까
그러니까 맞아 지금 이 글도 애매해
반복 맞이하는 불행도 새롭게 크게 맞이하는 능력이라도 있었다면 우울한 세상에서 축하라도 받지 않았을까?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도 난 못 끼고
불행한 사람들 사이에도 난 못 끼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도 난 못 껴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 끼면
난 웃다 공감하다 울다 불행하다 웃고
불행한 사람들 사이에 끼면
공감하다 울다 웃다 도망가버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난 웃다 울다 웃다 울다 울다 울다 울다 웃어버려
꾸준히 행복하다 꾸준히 불행하다 꾸준히 평범하다
이 세 가지의 사람은 분명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분명히 있어
난 그 사실에 인상을 쓰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는 거야
행복한 사람도 부러워하고 불행한 사람도 부러워하고 평범한 사람도 부러워하고 나는 나 빼고 다 부러워 하나?
그건 아니지 아니야
삶을 바꾼다면 난 당연히 행복한 사람과 삶을 바꿀테니까
근데 그냥 양도나 폐기하고 싶긴해
근데 못하잖아 알아 난 그냥 배설한거야
배설이 되는 건 또 맞니?
오늘
오늘 울었어
밖에서 운 건 정말 오랜만
짜증이 나고
다 놓고
놓고 놓고 또 다 놓고
내가 지금 이렇 때
진동 포물선 극에 달한 지금 이 상태일 때 재빨리
안락사 알약을 먹어야 나는 영원히 행복해지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난 다시 행복해지고 울고 웃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고 좋아하고 실망하고 그럴텐데
다시 또 돌아올테니 그때를 기다리면 될까?
정신병은 포물선으로 나아진다는 말이 맞긴한데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극적인 면이 줄어드는건지 뭔지
다시 돌아온다는 기분이 들어
포물선의 최저점이 올라가긴 하다만 뭔가... 그 목적지가 잘못된 기분이 들어
7월 2일이야
지금 9시고
뭐했다고
뭐했다고 9시가 됐고
곧 자면
7월 3일이고
약속을 나가고
나가고
나가고
일을 나가고
중간 고사를 보면
일주일이 금방이지
난 정말
취업을 위한 꾸준한 행위와 자기 증명이 좆같이 어렵다
이게 적성이 안 맞는 거야?
성공을 위해 하루에 한 번 껌을 씹으라 해도
난 그 행위가 참 힘들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진짜 놀랍게도 난 성실한 사람이 절대 절대 절대 아니다
놀랍지가 않긴한데
난 좆같이 게으르고 게으르고 게으르고 게으른 애매한 사람인데
이 기간이 정말 싫어
난 이 순간이 너무 싫어
넘어지지 않아 나는 그냥 힘이 빠져서 걷다가도 풀썩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지
다시 일어나는 법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안다?
아니 그냥 난 절름받이야
다리 힘이 약하고 정신이 약하다고
그걸 지금 깨달아버렸어
한 번 망가진 건 다시 돌리기가
너무
너무힘들어
읽다보니 나랑똑같은생각이네...ㅜ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