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이 내려가앉았습니다
습한 여름은 먹구름이 많은 계절이었지요
가을 장마를 피해 풀잎 아래로 숨는 잠자리처럼
저는 아파트 속 거실에서 빗소리 들으며 잘자고 잘지냈답니다
높은 하늘 선선한 바람 자전거가 많이 지나다니고
매번 하루의 시작에서 걷는 익숙한 내 길거리
단풍에서 빨간 물감이 떨어지고 나선
우리 그보다 더 추운 계절에
짧은 약속과 못된 배반을 하지 않았나요
‘추워’ 라고 말하는 계절의 시작
열과 냉의 간격에서 마침내 냉이 도래한 날이라
사람들은 서로의 거리를 조심히 대하고 그리고 소중히 대하고
서로의 체온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그런 시작이라
그대 만난 그때의 계절을 성급히 앞당겨
결코 돌아오지 않는 가벼운 흰 종이 비행기
이번에도 날려보내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요
접힌 종이는 가을 바람에 그토록 가볍습니다
쓰여진 것을 꼬박꼬박 담아 던져내보여도
사랑하는 이의 내의를 자수하는 마음이 아니고서야
어찌 당신 앞에 진실의 온도를 빛낼 수 있을까요
나는 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말을 금지 당한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들여쓴 편지란
결코 돌아올 일 없는 보내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편지
시늉만하는 편지
그런 시늉의 편지
던지자 마자 아래로 머리꼭지를 박는 종이비행기
주눅이 들고 힘이 빠지는 순간
털썩 내려앉고
앉고
털썩 내려
앉고
나는 앉아있다
나는 지금 앉아있다
1연 담담한 편지식의 대화체 정조로 시작 2연 교훈을 주려는 듯 선언문으로 변함 3연 시간을 역행한 고어체 격언 같은 이야기 4연 해석불가 한 연 자체가 뱀이 꼬리를 물듯 앞뒤가 연결된 신기한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