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바닥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곧 흙냄새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시의 더러운 하천 바닥에서 일렁거리는 이름 모를 수생식물처럼 흙냄새도 좀

더럽다고 느꼈다. 그래서 흙냄새가 날 때는 침을 많이 뱉는다. 더러운 생각이 들면

반드시 침을 뱉어야 했다. 수험서가 대책 없이 쌓여가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

냄새와 지린내 섞인 냄새까지도 참겠지만 쥐포 구운 냄새가 더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거기다 비가 와서 흙냄새까지 진동하는 날이면 자취방 앞은 불가촉의

축생도와 다를 바 없다. 문방구 짐승도 골칫덩이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은

물론 겨드랑이까지 문지르고 귓구멍까지 후빈 후 냄새를 맡고서는 수건 삶아야겠네,

수건 삶아야겠어 하며 꼬맹이들에게 시뻘건 떡볶이 덩어리 건네줄 때도 침을 뱉고

싶었다. 여하튼 방구석을 뒹굴며 침을 삼키는 것이 어떤 굴욕을 삼키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비가 흙냄새를 몰고 오기 시작 했던 것이다.

백수 아재, 비도 오는데 짬뽕 시킬라 하거든. 하나 시켜줄게. 뭐 잡술래?”

괜찮아요.”

한 개만 어떻게 시켜? 그냥 짬뽕 두 개 시킨다.”

그럼 자장면요.”

어떻게 하면 저 어리석고 추악한 짐승과 마주하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 자장면이

짬뽕보다 조금은 쌀 테니 방으로 갖고 와서 혼자 먹어도 덜 미안하겠지. 방에 누워

조이스 캐롤 오츠 소설을 읽다가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얼마나 잤을까. 찌리릭,

찌리릭 어거지로 돌아가던 선풍기가 멈춤과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짜증스러움과 무기력이 뜨거운 숨이 되어 울컥 올라왔다. 똑똑.

자장면 먹어요. 잔다고 안 깨웠더니 좀 불었네.”

어디요?”

문방구 안으로 들어와서 먹어. 우리 동생네가 갖고 온 호박전하고 잡숴. 가자미

조림도 좀 들어봐.”

대체 배달 된지 얼마나 된 걸까? 다 식어서 굳어가는 자장면은 잘 비벼지지도 않을

뿐더러 비비는 소리가 쉬익쉬익 하는게 매우 기분나빴다. 면발 뒤적이는 소리에

비위가 상했다. 그것은 환형동물의 무더기였다. 징그럽기 짝이 없었고 위장에 들어

가면 꿈틀꿈틀 도사릴 것 같았다. 게다 흙냄새가 더해져 몹시 침을 뱉고 싶었다.

급기야 나무젓가락 한 짝이 부러져버렸다. 이 미련한 축생은 밀가루 튀김옷이 너덜

거리는 질척한 호박전과 뜯어먹다 남긴 가자미를 솥채 툭툭 내려놓는다. 자장면

그릇만 방으로 들고 가려던 찰나 피카츄모양의 돈가스를 자장면 위에 덥썩 던진다.

돈가스에 발라진 캐첩과 머스터드가 면발에 묻어 더 징그러워졌다. 굵직해진 면발이

심지어 피도 흘리고 고름까지 분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 입속에서 서걱거림이

느껴지는 흙냄새 알갱이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흙냄새를, 골목길의 지린내를

경멸했다.

먹고 밖에 그릇 내놔요. 애들은 저런 거 보이면 더럽다고 피해. 얼른!”

샤워타월 같은 재질의 후줄근한 원피스 아래 드러난 뚱뚱한 종아리는 대가리를

잘라낸 하마의 몸통같았다. 오늘은 저 짐승을 준엄히 꾸짖으리라.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키고선 가위손잡이에 엄지와 검지를 하나씩 끼워넣고 사각사각 벼렸다.

그리고 곧장 짐승을 처단했다. 그러고 나선 입속에 흙냄새가 깊게 배인 더러운 침을

한참 모은 후 쫀드기에도 뱉고 닭강정에도 뱉었다. 이건 전적으로 흙냄새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