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건널목에서 내가 내렸는데 그게 단지 사람같지 않아서고양이는 내달리고 말았다. 바람과 같이 조각난 이 한밤에 나를 두른 옷의 천조각은 하나씩 날려버리고서 사라지고서. 장난을 허투루 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달과 같은 신은 따끔한 체벌을 연이어 내리치었다. 외로운 사내의 창문 두드리는 소리 겁이난다고 이 한 밤길 키가 자란 벼는 자취를 감추었고 내가 사랑하던 통통한 메뚜기 조각 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건성으로 울어대면 문 열어줄 기색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동안의 정적이 내게 을시름했다. 말을 잘듣는 아이 되어야지 않겠나 고조곤히 얌전한 아이 되어야지 않겠나 하는 경상도의 사투리. 역시 피같은 내 가족이구나. 매정한 백열전등 같은 이 한밤에, 광선은 빈자리의 침묵만 내비치우고 그렇게 나를 치워버리고 이 한 밤에 노래하라 그렇게 자체를 리듬화하라 이렇게 하고선 무릎을 접히고 앙앙 울어대노니 어찌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겠나 기차에 내리고서 나를 보고 도망간 고양이여. 잠자라 단지 잠자우리로다. 설령 바람이 나타나 나에게 속삭여 메디컬에 가라고 오 그렇지. 설령 사람이 나타나 나에게 손잡고 대화하자고 오 그렇지. 단 하나의 이미지 내가 가진 건 단 하나의 이미지라고 믿어왔고 그렇게 걸어왔고 그건 그림자가 아니라고 한없이 비워진 액자틀이고 내 손은 그리하여 한결 가벼우리로다. 텅 비어진 것 사이에서 흰바람만 솔솔 왔다갔다 하는 구나. 언젠가 쪼개어버려야지 내어버려야지 중얼중얼 혼잣말. 보편으로 내달려서 그 아는 말을 해야하는 것도 나도 알고 있지. 보편으로 내어달리고서 사람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