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르게 불타올라 재만 남아버린 사랑. 잿더미 속에 우리, 아니 너와 나는 허우적거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지는 텁텁한 가루는 쓴 맛만 남아있다. 태워버릴 줄 만 알았지, 뒷정리는 뒷전이었던 우리는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사랑부터 욕망, 욕정, 행복, 기쁨, 질투, 슬픔 모든 감정을 책임 없이 불구덩이에 던져버린 우리는 벌을 받고 있다. 그만 아프고 싶다.
고통스럽다. 한 덩어리 같던 것이 억지로 뜯겨나가며 지저분해진 접합부는 보기 싫다. 안에서 핏덩이 같은 무언가 흘러나와 바닥을 더럽히지만 치울 생각은 없다. 본래 하나여야 했던 것이 망가진 것인지, 붙어있을 수 없던 것이 마지못해 붙어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무지했다. 너나 나나 어리석은 불나방처럼 날개가 바스러지어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는 줄도 모르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서로를 망가뜨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망가진 너, 나를 보듬어줬다. 보듬어주던 손에는 다듬지 못해 더러운 손톱으로 쓰다듬어줄수록 생채기만 냈다. 한심하다 정말.
멍청하게도, 전부인 줄 알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서로의 일상을 꿰찼다. 정말 부자연스럽게 스며든 우리는 서로의 불순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섞여버린 우리는 녹아든 소금물보다는 휘저은 흙탕물에 가까웠다. 손을 멈추면 가라앉는 난 끊임없이 헤엄치다 지쳤다.
텅 비어버렸다. 없어야 할 것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불평불만 하듯 커져버렸다. 점점 표피가 얇아져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듯했지만 고맙게도 사라져 버렸다. 시원하게도 빈자리에는 마치 거짓을 고하듯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너덜너덜해진 것은 나에게 괜찮냐고 묻고 있다. 불쌍해라.
네가 있던 자리에 묘비를 세웠다. 내 세상 속 너는 죽어있기에 정성스레 이름을 새겨보았다. 향을 꽂아 피워보니 잔디는 그을려 새까매졌고 주변은 잿가루가 흩날린다. 묫자리라고 보기엔 터가 사납지만 너와 나에게 걸맞은 자리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이에 억지를 부려봤던 비참한 말로다. 부디, 받아들여줬음 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건피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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