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 적적이 살금살금
몰아돌던 한 밤에
툇마루는 슬그머니
해져가는 하루의 온기를 아기처럼
얌전히 빨아 먹고 있었지
찰랑 소리, 이내 가는 듯이 둥둥
노란 보름달은 동전 밝혀
어둠 숲을 표정으로 살펴 보고 있었고
나는 해진 옷을 가벼운 손으로
고이, 정리하고 있었다
귀뚜라미 올빼미, 애벌레와 개구리들
이 한 밤, 귓바퀴에 닿아 선선히 감싸돌던
은화 하나가 조용히 굴러가는 소리
풀잎들의 소곡집을 고스란히 펼쳐
페이지를 켜놓고 있었지만
흰수염의 전능자가 휙 그린 선 하나, 한 줌의 맞바람이
내 손등 밀어 미세한 바늘에 실핏줄을 찔리게 하였네
붉은 핏방울 하나 빼꼼히 손가락 지문의
능성이를 등산가처럼 내리고 오르고
하나 둘, 하나 둘
뚝 뚝
뚝뚝뚝
하나둘씩
뚝 뚝
뚝뚝뚝
무릎 맡에 싸인 옷가지들 천에 닿아 켠켠히
방울져 내리웁고 밤어둠과 섞여 색은 짙어져만 가고
아련한 밤공기 영원 속에서 그만 두 손을 입 언저리에 갖다대
일시에 눈, 코, 입 모두가 멎고 말았다
이 밤귀신의 가위질 온 몸 묶여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
조금씩 미세히 새어나오는 작고 검은 구멍
전진하는 암전의 고동소리를
아, 도저히 눈을 열 수 없더라
새 흰빛 아침 입자가 동공 연못에 나비되어
첫 꽃과의 살펴보는 우정으로
작은 날개 햇살 잣는 곳으로
산들한 아침 공기 열려 천천히 사라지는
내 생의 종착지 마침내 향해갈 곳으로
그런 곳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가 없더라
암흑이다 되찾아지고 한 순간에 돌아오는 암흑이다
여러 겹의 상의와 내의와, 속옷과 양말이 한 없이 거뭇하다
산웅성이 까마득해져간다, 밤공기와 함께 모두, 어둠져 내려가고
내 집안의 방들, 그 수 많은 문들이, 곧내 무한으로 닫힌다
텅텅텅 텅 텅텅텅
도저히 아,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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