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키



나는 공장에서 버린 오타 쿠키다

진열대엔 오르지 못하고

박스 구석에서 눈칫밥처럼 굴러다니다가

어떤 날은 직원의 간식이 되기도 한다

글자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줄리네 옷가게가 '졸리네 웃기게' 가 되었다고

나는 팔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나는 비문이다

살짝 구겨졌고

살짝 눅눅하고

살짝 사람과 어긋난다

하지만 그 어긋남이

언제부턴가 나다운 것이 되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웃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먹어버렸다

나는 씹히는 동안에도

내 이름이 틀렸다는 사실을

끝내 말하지 못했다


잘못 태어났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조금만 덜 민감했더라면

조금만, 조금만 더 매끈했더라면

나는 포장되어 팔렸을까?


그러나 나는 쿠키다

어떤 문장도

날 다시 구울 수 없고

어떤 손도

날 처음처럼 포장하지 못한다


나는 부스러져도

다시 굳어지지 않는

맛의 잔해다

그리고 그 맛은,

생각보다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