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방을 메고,
밖을 나왔다.
오한이 후들거려
제 몸 가누지 못했다.
가로등 불이 하나 둘, 켜진다. 운은 좋았다.
스르라지는, 별똥 하나를 본 것 같았다.
가을 습기에 뿌려진 미광은,
잔디밭 두른 바위덩이들을 감싸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예뻐서, 무릎마디에 힘을 푼다.
진돗개 귀 하나 접고 웃으며 졸졸걷고,
아카시아 꽃향기 손짓 끄는 할머니,
손 잡아 내려다보는 할아버지
성당 종소리 도심에 퍼지고
가을 바람이 분다, 선선히,
허깨비와 싸우고 있어서 이리도 무겁고 아픈가.
권태, 자유, 앎, 투항, 사랑, 외로움, 고독
기름진 땀을 닦고
가을의 바람이 분다.
빨간 낙옆, 노란 잎과
갈색의 바이올린, 소리를 켜
서서히 내뻗는 낙조의 무렵,
내 그림자는 길어지고, 점점 길어지고
자꾸만 지겹게 자라나서
한껏 무서워 지니 그만 꽁꽁 묶어 가방에 넣어,
내달리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더없이 집으로 뜀박질했다.
다시는 이 길거리,
이 밤 이 저녁, 다시는
그 돌덩이와 강아지
그리고 노부부,
마지막 그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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