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여름, 멧비둘기 울던 적적한 숲길
빙빙 밀잠자리 내 귓등을 치고 밤나무 날아
그때가 좋아 수첩을 손에 들고 소네트를 끄적였어.

어디로 갈지 우왕좌왕 몰랐던 도심의 빗속 
사이 그대가 불쑥 내어준 여자의 첫 손
그때가 기억나 피아노 의자에서 소품집을 작곡했어. 

빨주노초파 오색의 방울종, 난 언제나 그때가 생각이나
하얀 가벼운 면가방, 언제나 마음이 갔던 손가방
시로 담겨, 물감처럼 그려놓고, 오선지로 숨죽여 있었지

이따금 몰고 오는 작은 바람, 언제나 바닥보며 슬프지만, 
허둥대는 내 성격, 큰 버스 빠앙 기어코 야단나는 날에는
무지개빛 피흘리고 사랑스웠던 내 가방 두고 오겠지만 

멀어지는 너를 보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눈물 열씬 흘리겠지
올라가는 나를 보고 그래도 좋았다고 좋았다고 가슴 시원 후련하시겠지
돌아오는 나를 맞이하며 신은 어땠냐며 빙긋빙긋 물음지으시겠지만
나는 나는 좋았다고 훌훌털때까지 다시 한번 으앙 으앙 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