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두고 온 사람입니다.


무겁고 텅 빈 가방은


발꿈치에 엉켜 물렁한 아스팔트 아래로 내려갑니다. 


가방을 열면 긴 터널이 있습니다.


터널을 밝히는 조명들은 손톱의 흔적입니다.


고양이 동그란 등엔


나른한 시간이 말려 있습니다.


손톱으로 시간을 집어 올리면 벽면에 작은 불빛이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말린 시간 속으로 사라졌을 때


불빛은 내 살덩이 보다 무거워졌습니다.


어떤 조명은 누군가 시침질 해 놓은 표정입니다.


손톱으로 가면을 집으면


끈적이는 타르는 내 가슴팍까지 차오릅니다.


나는 불빛보다 가벼웠기에


가방 속에 조명들이 환하게 반짝일수록 가라앉았습니다.


화사하고 유쾌한 가방은 족쇄가 되었습니다.


가방은 지면 아래에서 침전물이 되었습니다.


불 꺼진 방이 되었습니다.


벽면엔 긁힌 자국만 덩그러니,


손바닥으로 손톱의 흔적들을 쓸어 답아 후후 불었습니다. 


무수한 반딧불이 원래의 계절로 돌아갔습니다.


이젠 가방을 멜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