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있는 대로 꿈을 불어 보자
비닐막처럼 얇게 구겨지다 보면
우리는 어떤 지구 속에 살고 있는지
우주선을 타고 날아갈 수도 있을 거야
옹기종기
알사탕처럼 데구르르 굴러가는 우리들
단물이 빠진 껌은 이제 고무 같다고
무서운 밤은 우리에게 고문 같다고
진지한 생각은 고민이 되어 버려
어느 날 미용실에서 귀가 잘린 날
침대 밑 괴물이 발목을 움켜쥔 날
인터폰에 모르는 귀신이 서 있던 날
그렇게 날
그렇게 난
치기 어린 상상들을 조심스레 불었어
빛나는 밤 짐승의 눈처럼 투박하지만 예쁜 너를
덜 말라 물비린내 속 향긋한 세제를 풍기는 나를
자작자작하게 끓는 스프 속 건더기 같은 우리들을
하찮게 바라보지만은 말아 줘
우리는 암울한 어른을 동경했거든
침 묻힌 손가락으로 넘기는 지폐
네모난 종이, 동그랗게 박혀 있던 숫자들
거짓말에 섞여 있던 울음
물음 하나 던지지 못할 것 같았던 슬픈 눈
500원짜리 껌으로
평생의 약속을 꿀꺽 삼킨 우리는
그게 숨통을 막을지는 몰랐었지
그리고 새로운 걸 알게 되었어
씽씽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달디단 막대사탕을 몇 개씩 먹는 것보다
크게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게
가장 큰 일탈이 되겠구나라고
삐용삐용
있는 대로 삶을 털어내자
찢기고 구겨져 버린 우리는
어떤 지구에 살고 있는지 잘 아니까
가장 추운 우주선으로 들어갈 거야
씽씽이는 버려졌어, 우리야
사탕이 잿더미로 날아갔어, 우리야
우리야, 우리는 결국 우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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