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밤중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삼각김밥”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삼각김밥과 사랑에 빠져버린 동원은 벌떡 일아나서 동네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편의점 계산대 앞에 수상한 아저씨가 서 있었다.


빨간 삼각팬티 차림에 손에 삼각김밥 하나를 든 그 수상한 사람은 계산대 앞에 서서 편의점 알바생에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혹시 이 삼각김밥은 유통기한 지나면 가격 내려가나요?”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편의점 직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요? 아니! 학생! 지금 시비거는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호기심에 이유가 어디 있어요! 학생은 이유가 있어서 숨쉬고 살아요? 빨리 말 안해요? 올라가요? 내려가요? 그 대답이 뭐가 어렵다고!”


빨간팬티 아저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아! 그럼 맞춰보세요! 아저씨!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 맞추면 그거 공짜로 드릴테니까!”


편의점 직원이 대답했다. 


빨간팬티 입은 그 아저씨는 당당한 목소리로 내려간다고 말했고, 편의점 알바생은 올라간다고 말했다.


“틀렸으니까 빨리 꺼지세요!”


편의점 알바생이 눈에 빨간 불을 켜고, 소리질렀다. 


삼각팬티 차림의 아저씨는 우물쭈물 하다가 


“쳇! 두고보자!”


하고 소리치며 편의점을 나갔다.


동원은 말없이 삼각김밥 두개를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삼각팬티 아저씨의 빨간 팬티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동원은 전봇대 아래에서 삼각팬티 사나이를 또 만났다. 


그는 삼각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며, 날파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동원은 숨어서 그들을 관찰했다.


“아이고! 시원하다! 시원해! 야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야! 빨리 대답안해! 날파리 주제에 사람을 무시하네! 이런 극악무도한 날파리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러냐고! 그 대답이 뭐가 어렵다고! 엉엉엉!”


비틀거리며 소변을 보던 삼각팬티 아저씨가 덜썩 주저 앉아서 아기처럼 엉엉 울며 떼를 썼다.


혼비백산한 날파리들은 씨끄러운 울음소리를 뚝 그치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려고 윙윙 소리를 내며 열심히 토론했다.


오분 뒤, 대장 날파리가 삼각팬티 아저씨의 귓가에 날아와서 말했다.


“아저씨 왜 우리 괴롭혀요! 여기다 오줌 누지 마세요! 냄새나!”


“미안하다! 대답만 해주면 갈께!”


”알았어요! 말해봐요! 발리! 듣고싶은 대답이 뭔데요?“


”몰라서 물어? 삼각김밥! 내 나이가 어때서!”


”아! 알았어요! 아저씨! 힘내요! 아저씨 나이가 어때서요! 삼각김밥 좋아하는데, 나이가 있나요! 됐죠?”


“그래! 됐다! 됐어! 고맙다! 고마워! 니들이 사람보다 낫다! 아이고! 시원해라! 고맙다! 다들! 잘먹고 잘살아라!“


비틀비틀 춤을 추며 일어난 삼각팬티 아저씨는 울면서 팬티를 입다가 숨어있는 동원을 발견했다.


“우왁! 깜짝이야! 뭐야! 넌!”


”아!”


“뭘 보고있어? 누구야? 뭐 할말있어?“


”그게, 아!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 갑자기?“


”네! 삼각팬티 어디서 사셨어요?“


”그게 왜 궁금한데!“


”팬티가 너무 예뻐서요!“


”뭐? 얼마나 예쁜데?“


”얼굴이 빨개질만큼 예뻐요!“


”뭐? 이 자식 너 뭘 좀 아는구나! 근데 미안하다! 어디서 산 건지 기억이 안나!”


“괜찮아요, 아저씨! 자! 이거 드세요, 팬티가 너무 예뻐서 드리는 거예요.“


빨간 팬티 사나이는 사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학자였다. 잘난척이 너무 마려운 나머지 잘난척 한번 시원하게 해보려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광야를 걷고 또 걷다가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머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우물가에 앉은 아이를 발견했다.


눈이 번쩍 뜨인 빨간 팬티 학자는 ”유레카! 살았다!“ 하고, 소리친다! 사실 그의 정체는, 매일매일 잘난척을 해야지만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아주 꼴사나운 존재였던 것이다! 하루라도 잘난척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난 그에게 잘난척이란 숨쉬기와 같은 의미였다.


머리카락을 깃발처럼 휘날리며 아이에게 달려간 학자는 대뜸 질문을 던자며, 급히 잘난척을 시작한다.


“헉헉! 얘야! 아이야!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게 뭔지 아니? 헉헉!“


아이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거요.”


“뭐? 틀렸어! 임마! 이 자식이! 야! 너 몇살이야?“


”틀려먹었네요!“


”어린놈의 자식이! 건방지게! 들어봐! 일단!“


”틀려먹었어,진짜!“


”입 닥치고 들어보라고!“


“어휴! 틀렸다! 틀렸어! 다 틀려버렸어! 좀 쉬려고 했더니! 이게 뭐야!”


“아잇! 이 자식이 진짜! 안 되겠다! 급하니까! 일단, 듣던지 말던지 그냥 눈 딱 감고 해버려야지! 잘난척…..이 아니라, 말! 자! 시작한다!“


눈을 딱 감은 학자가 주먹을 꽉 쥐고, 번개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선언하지만!


”…….“


대답이 없다,


”말한다! 말! 자! 세상에서가장확실한건니가바로여기있다는거야! 어때?“


“……..”


“야! 왜 대답이 없어?”


퀴즈야, 쿠로미!


대답이 없는 이유는


학자가 눈을 딱 감은 사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지!


결국 학자가 틀린거지! 아이는 그 순간 거기에 없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없어, 확실한 건 나 뿐인거야, 어디 속박되지 않은 나! 시간에도 공간에도 남의 말에도!


앳헴!


철학자는 타인의 소중함을 깨달았어.


지금까지 자기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잘난척을 들어주는 타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거지.


지 잘난맛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 떠난다.


죽을만큼 외로워진다.


바람부는 벌판에서 학자는 다시 태어났어!


시크한 벌판의 아이덕분에, "잘난척 해야만, 목숨이 유지된다" 라는 꼴사나운 저주에서 벗어난 그는 너무 행복한 나머지!


유레카!


를 외치고 또 외치다가,


하루라도 경청하지 않으면, "목이 터져라 유레카를 외치고 또 외치다가 목청이 터져서 죽는다." 는 새로운 저주에 걸리고 말았어.


하지만 그 저주는 그에게 통하지 않았어.


그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거든!


심지어 ”빨간팬티 철학자“ 팬클럽도 생겼어.


자기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열심히 경청한 학자는 위대한 철학서를 썼어. 제목은


 "유레카! 벌판의 아이! 그는 누구인가!"


책을 완성한 그는 두손을 높이들고 "유레카!" 를 딱 한번만 외치더니 곧바로 죽었대.


빨간 팬티를 하나씩 들고, 그의 장례식에 온 "빨간팬티 철학자" 팬클럽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겸손한 철학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라고 외치며 통곡했어.


벌판의 아이는 누구였을까?


팬티만 입은 철학자는 옛날 편의점 알바생 때 나랑 친하게 지냈던 인록이라는 형이야. 그 형은 착했어. 자기만의 철학도 있었고.


새벽마다 편의점에 와서 나와 대화하다가 갔지.


처음엔 가난한 진상손님이었어.


매일 밤마다 와서 내게 시비를 걸었지.


난 그때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했었어. 거의 골든리트리버 급으로.


그래서 신기한 그를 밀어내지 않고, 잘 해줬지.


열심히 들어주고, 웃어주고, 좋은말 해주고.


그랬더니, 그 형이 내게 마음을 활짝 열었어.


우리는 친해졌지.


나중에 그 형은 시골로 갔어.


거기서 폐지수집하며 산대.


그 형이 보고싶어. 우리는 어떤 계산도 없는 사이였거든.


벌판?


그 형이 외로워 보여서.


시골에서 혼자 사는 그 형의 모습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벌판의 철학자야.


그 형이 열심히 말하던 자기만의 철학은 자기를 좀 알아봐 달라는 절규였어. 분노도 느껴졌고.


그 형의 목소리는 고양이의 울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