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이다.
바람이 분다. 축축한 물냄새가 내 코를 적신다. 새들은 노래한다.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참 아름답다.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새들의 노래소리는 울음소리로 변했다.
숲길을 따라 걷는다.
한참 걸어가니, 동굴이 나왔다.
그 동굴의 입구는 삼각형 모양이다. 그 삼각형은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쿵!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데굴데굴 굴러서 동굴 입구로 간다.
다가가서 그걸 집어든다. 열쇠다. 황금열쇠.
열쇠를 쥐고,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걸어간다. 점점 어두워 진다. 심연에 잠식당하는 기분이다.
당장 나가고 싶다. 하지만 안이 궁금하다. 이 동굴은 뭘까? 호기심이 공포심보다 크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앞으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갑자기 주변이 환해진다. 열쇠다! 열쇠! 황금 열쇠가 내 손안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렌턴처럼 빛나는 황금열쇠가 내 무기다. 더이상 어두운 동굴은 내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 나는 열쇠를 손에 쥔 존재다!
뭔지는 몰라도 황금열쇠 덕분에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다.
당당하게 더 당당하게 한걸음 두걸음 전진하고 또 전진하며 심연을 정복해간다.
막다른 곳에 문이 있다.
두개의 문이다. 나무문과 빛나는 하얀 문.
나무 문으로 다가간다. 오래된 나무문에서 이끼 냄새가 진동을 한다.
황금열쇠로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비명처럼 동굴안에 울려 퍼진다. 메아리는 서제를 부른다.
서제다, 낡은 서제.
나무문은 오래된 서재로 통하는 문이었다.
먼지 낀 책장을 가득 채운 낡은 책들. 퀴퀴한 책 냄새가 코를 통해 들어와서 온 몸에 퍼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책 냄새에 잠식당해버렸다.
책장에서 책 한권을 골라낸다.
모서리가 낡았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관찰하다가 책을 펼친다.
툭!
메모지 한장이 떨어진다. 책장 사이에 있던 매모지다.
책을 품에 안고, 허리를 굽혀서 메모지를 집어든다.
메모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은, 가장 사랑받았던 순간이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뜻 모를 문장 때문이 아니다. 익숙한 글시체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글씨체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였다.
책장 아래에서 뭔가 굴러나왔다. 인형이다. 한쪽 팔이 없는 작은 인형이 나를 보며 웃고있다.
그걸 보자마자 눈물이 흐른다.
인형은 거기 그대로 두기로 한다. 쪽지도 버린다. 나가려다 말고 다시 책장 앞으로 간다. 아! 책장 뒤편에 문이 하나 더 있다.
망설임 없이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터널처럼 좁고 긴 공간이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다가 천정에 머리를 부딪친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들어간다.
천정이 점점 낮아지고 폭도 점점 좁아진다.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다가 결국 엉금엉금 기어간다.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천천히 천천히 반걸음 반걸음 그래도 계속 앞으로 앞으로 이동한다.
겨우 도착한 터널의 끝은 작은 방이었다.
방 가운데 있는 작은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상자가 보인다.
다가가서 열어본다. 안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구슬이 들어있다.
신비로운 존재의 심장처럼 소리없이 맥동하는 구슬을 따라 내 심장이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펄럭거린다.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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