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삼각김밥”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삼각김밥과 사랑에 빠져버린 동원은 벌떡 일아나서 동네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편의점 계산대 앞에 수상한 아저씨가 서 있었다.
빨간 삼각팬티 차림에 손에 삼각김밥 하나를 든 그 수상한 사람은 계산대 앞에 서서 편의점 알바생에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혹시 이 삼각김밥은 유통기한 지나면 가격 내려가나요?”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편의점 직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요? 아니! 학생! 지금 시비거는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호기심에 이유가 어디 있어요! 학생은 이유가 있어서 숨쉬고 살아요? 빨리 말 안해요? 올라가요? 내려가요? 그 대답이 뭐가 어렵다고!”
빨간팬티 아저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아! 그럼 맞춰보세요! 아저씨!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 맞추면 그거 공짜로 드릴테니까!”
편의점 직원이 대답했다.
빨간팬티 입은 그 아저씨는 당당한 목소리로 내려간다고 말했고, 편의점 알바생은 올라간다고 말했다.
“틀렸으니까 빨리 꺼지세요!”
편의점 알바생이 눈에 빨간 불을 켜고, 소리질렀다.
삼각팬티 차림의 아저씨는 우물쭈물 하다가
“쳇! 두고보자!”
하고 소리치며 편의점을 나갔다.
동원은 말없이 삼각김밥 두개를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삼각팬티 아저씨의 빨간 팬티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동원은 전봇대 아래에서 삼각팬티 사나이를 또 만났다.
그는 삼각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며, 날파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동원은 숨어서 그들을 관찰했다.
“아이고! 시원하다! 시원해! 야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야! 빨리 대답안해! 날파리 주제에 사람을 무시하네! 이런 극악무도한 날파리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러냐고! 그 대답이 뭐가 어렵다고! 엉엉엉!”
비틀거리며 소변을 보던 삼각팬티 아저씨가 덜썩 주저 앉아서 아기처럼 엉엉 울며 떼를 썼다.
혼비백산한 날파리들은 씨끄러운 울음소리를 뚝 그치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려고 윙윙 소리를 내며 열심히 토론했다.
오분 뒤, 대장 날파리가 삼각팬티 아저씨의 귓가에 날아와서 말했다.
“아저씨 왜 우리 괴롭혀요! 여기다 오줌 누지 마세요! 냄새나!”
“미안하다! 대답만 해주면 갈께!”
”알았어요! 말해봐요! 발리! 듣고싶은 대답이 뭔데요?“
”몰라서 물어? 삼각김밥! 내 나이가 어때서!”
”아! 알았어요! 아저씨! 힘내요! 아저씨 나이가 어때서요! 삼각김밥 좋아하는데, 나이가 있나요! 됐죠?”
“그래! 됐다! 됐어! 고맙다! 고마워! 니들이 사람보다 낫다! 아이고! 시원해라! 고맙다! 다들! 잘먹고 잘살아라!“
비틀비틀 춤을 추며 일어난 삼각팬티 아저씨는 울면서 팬티를 입다가 숨어있는 동원을 발견했다.
“우왁! 깜짝이야! 뭐야! 넌!”
”아!”
“뭘 보고있어? 누구야? 뭐 할말있어?“
”그게, 아!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 갑자기?“
”네! 삼각팬티 어디서 사셨어요?“
”그게 왜 궁금한데!“
”팬티가 너무 예뻐서요!“
”뭐? 얼마나 예쁜데?“
”얼굴이 빨개질만큼 예뻐요!“
”뭐? 이 자식 너 뭘 좀 아는구나! 근데 미안하다! 어디서 산 건지 기억이 안나!”
“괜찮아요, 아저씨! 자! 이거 드세요, 팬티가 너무 예뻐서 드리는 거예요.“
빨간 팬티 사나이는 사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학자였다. 잘난척이 너무 마려운 나머지 잘난척 한번 시원하게 해보려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광야를 걷고 또 걷다가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머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우물가에 앉은 아이를 발견했다.
눈이 번쩍 뜨인 빨간 팬티 학자는 ”유레카! 살았다!“ 하고, 소리친다! 사실 그의 정체는, 매일매일 잘난척을 해야지만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아주 꼴사나운 존재였던 것이다! 하루라도 잘난척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난 그에게 잘난척이란 숨쉬기와 같은 의미였다.
머리카락을 깃발처럼 휘날리며 아이에게 달려간 학자는 대뜸 질문을 던자며, 급히 잘난척을 시작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