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말없이”
'말없이' 밥먹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말없이' 숟가락을 던진다.
"딱!"
화살처럼 날아간 어머니의 숟가락이 아버지의 이마를 때린다.
아버지는 '말없이' , 이마를 만진다.
어머니가 '말없이' 젓가락을 집어든다.
아버지와 나는, '말없이' 도망친다.
말없이 집을 나온 우리는, '말없이' ,놀이터로 달려간다.
텅빈 놀이터 벤치에 앉은 아버지와 나는, '말없이' 달을 보며 한참을 울다가, '말없이' 서로를 안아준다.
그날 밤,
우리는 '말없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말없이 해가 뜬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아빠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말없이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말없이 엄마에게 간다.
말없는 엄마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말없이 엄마를 안아준다.
엄마는 말이없었다.
2.
제목 : 우주의 복사기
《우주의 복사기》
어느 푸른 행성에 브라모 라는 괴짜 과학자가 있었다. 어느 심심한 날, 그는 너무너무 심심해서 완전히 미쳐버렸다. 광기라는 미친 능력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린 브라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정신나간 기계를 뚝딱! 만들어버렸다. 그건 인간의 정신을 복사하는 “우주의 복사기” 였다.
그러나 사실, 그 기계는 사람의 정신만 복사하는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기계는 사람을 복사하는 “정신나간 우주의 복사기” 복사기였다!
복사하고 싶은 사람의 '정신머리' 를 늘어진 팬티 고무줄로 이 기계와 느슨하게 연결하면, 연결된 사람의 팬티 냄새는 물론, 외모, 의식, 성격, 취향, 상처, 트라우마, 버르장머리까지 전부 똑같은 사람이 옆방에서 "엣헴!" 소리를 내며 태어났다!
최초의 '엣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야~! 엣헴~! 신난다! 내일부터 하나는 출근하고, 하나는 집에서 자고! 집에서 자는 건 나! 출근하는 건 너!"
“하나는 사랑을 하고, 하나는 실컷 복수나 할거야! 사랑은 내가! 복수는 니가! 뭐! 불만있어? 불만없지? 엣헴!"
어험..근데 문제가 생겼다.
복사된 자아들이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복사 인간은 "엣헴!" 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인형을 끌어안고, 명상을 시작했고,
어떤 복사 인간은 “엣헴!” 하고, 철학자가 되더니, "엣헴! 엣헴!" 거리며, 정신없이 잘난척, 아는척을 시작했고!
어떤 복사 인간은 "엣헴" 하다가 재체기가 나오는 바람에 삐뚤어져서 악당이 되었고.
어떤 복사 인간은… 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니까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ㅋㅋ"
결국, 그 별은 복사된 자아들끼리 사랑하고, 질투하고, 언쟁하고, 놀리고, 도망치고, 안기고….북적북적 정신없이 살다가, 서로 진짜냐 아니냐를 따지며 싸우더니, 결국, 전부 ‘나’인 채로 멸망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인간이 복사기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나’는 대체 누구였던 걸까?”
“진짜 너는 ‘악당’ 이었어! 너는 가짜야!”
“응? 뭐야? 누구야?“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란 그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피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울려퍼지는 그 메아리 같은 목소리.
”여기있어. 바로 여기.”
“뭐라고? 아무도 안 보이는데?”
“니 바로 앞에! 그래, 거기! 난 복사기야.”
“뭐라고! 야! 웃기는 소리 그만하고! 나와봐! 빨리! 숨어서 장난치지 말고! 누구야? 어디야! 어딨어?”
“가까이 와봐!”
다가가서 복사기를 들여다 본다. 액정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돌처럼 굳어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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