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 이틀을 있었는데 물론 약을 먹고 잠에 들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꿈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깊은 잠을 오래 잤다. 엄마가 방 문을 열고 배고프겠다며 깨우기 전까지, 태백의 여름은 습하고 차갑다. 여름과 차가움은 어울리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다. 칠월에도 이불을 목 끝까지 올리고 잘 만큼 내가 숨을 잘 쉴 수 있을 만큼의 습함과 함께 안개도 자욱하다. 그래서 태백에 살 때는 불면이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간헐적으로 잠에 못 들긴 해서 태백에 한 곳 있는 정신과에도 드나들었지만, 어찌되었건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태백에 조금 더 있으려 했지만 곳곳에 처박힌 기억들이 자꾸만 등 떠밀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버스를 일찍 끊었다. 9시 50분 차, 8시에 일어나서 씻고 머리칼을 말리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버렸다. 엄마가 싫어하는 것, 내 긴 머리칼(바닥에 떨어지든 머리에 붙어있든). 9시 20분쯤 아침 먹고 가라며 엄마 차를 타고 고모할머니가 하시는 식당에 갔다. 그냥 존나 그대로인 나.인데 늘 보실 때마다 "살 빠졌냐, 이쁘다." 하시는 고모할머님, 내가 나이가 몇인데 용돈을 주시는 것도 그렇고 참 고모할머니 앞에만 서면 뭔가 꼬마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엄마가 고모할머니 식당 주방에 들어가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내가 돌아갈 때마다 고모할머니 식당에서 밥을 먹으니까. 찌개를 끓이고 식당 반찬을 담아 내온 공깃밥에 숟가락을 뜨려 하니 엄마의 또 "뭐 더 줄까? 뭐 더 먹을래?"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지만 가볍게 무음 처리 당하고 얹혀진 계란프라이까지 다 먹은 뒤, 가지고 가라는 반찬들을 들이미는 엄마에게 옷가지들이 꽉 들어찬 가방을 보이며 들어갈 자리도 없다고 고개를 저은 뒤에야 맞은편에 있는 터미널로 향할 수 있었다. 태백을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집어넣고 창밖을 또 보았다. 태백의 창밖은 온통 나무고 숲이다. 아마 나무 기피증 같은 게 있는 사람이라면 눈 둘 곳을 찾지 못할 테다. 내 사주 오행에는 수·목의 기운이 없어서 그리도 물을 찾고 습한 공기를 좋아하고 나무를 숲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안 좋아할까? 이것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유독 별나게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냥 문득 든 생각.
인천에 도착해서, 내내 무거웠던 가방을 터미널에 비치되어 있는 물품보관함에 욱여넣고 빵을 사러 갔다. 왜 빵을 사러 갔지? 아 피자빵이 먹고 싶었다. 부산에서 태백 갈 때 S와 하나씩 사 먹었던 빵이 맛있었다. 그래서 또 피자빵이 먹고 싶어서 터미널 옆에 붙어 있는 백화점 지하에 내려가서 맛있어 보이는 빵을 골라 담았다. 탄수화물의 노예야, 어쩔 거니? 그래도 좀 돌아다녔는데 이쯤은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샀다. 작은 매대에 비해 많은 사람이 줄줄이 서 있는 곳에서 빵을 집었는데 앞, 뒤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빵을 연달아 집어 담는 걸 보고는 '몰카인가..?' 싶었지만 뭐, 그럴 수 있지. 내가 먹.잘.알 같아 보일 수 있지, 빵을 사고 물품보관함을 찾는데 길을 잃어서 아예 백화점을 나와 터미널로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백화점 화단에 도도하기 짝이 없는 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턱시도 고양이를 만났다. 가까이 다가가도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는 게 꽤 손을 타는 것 같아서 슬쩍 손을 내미니 스스럼없이 다가와 내 손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잘린 한쪽 귀, 중성화가 된 고양이라는 뜻. 아무도 빗겨주지 않을 작은 것의 등어리를 손톱을 세워 빗어주었다. 내 집에 있는 고양이용 빗은 더 이상 빗길 고양이가 없지만, 그치만 얘,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 잊히겠니? 하고 가던 길을 갔다. 거의 한 주를 비운 집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문득 생각하다가 또 "심하네 진짜." 속으로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낯익은 냄새 누구의 말로는 분내. 일주일을 비웠는데 그렇게 폴폴 나는 분내. 이제 고양이 냄새는 안 나는 집. 분내만 가득한 집. 눈이 따가울 정도라 오늘은 여기까지
무슨 일기가 단편소설 같노
일기원래이케쓰는거아님?ㅋㅋ
2점 짜리 글인데
고맙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