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도처에 서 있는 표지판의 직사광 그림자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도시의 여름 오후는 이토록 적막하군요. 붉은 바탕, 커다란 흰 화살표. 어서 왼쪽 가라는 표지판을 파출부처럼 들고 서 있는 그대는, 음흉히도 왼 손목시계가 피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묶여 있음을 아시나 보군요. 그런데도 빈 거리를 째려보며, 살아 있다고 하시는군요. 아 아기가 상흔을 입은 도시의 네 길거리입니다. 피가 뿌려져서, 황혼의 무드를 걷잡을 수 없이 취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그래도 하루란 어지간하면 끝나는 것이지 않습니까. 어스름 밀면, 표지판을 반나절간 들고 있는 업의 포즈를 취하던 꼬쟁이들은 무거운 쇳덩이를 털렁 내려놓습니다. 적시에 쌀을 위에 채우고, 물집 잡힌 발을 아서라 긁어 대고, 제 둥지를 향한 지평을 넘어섭니다. 그렇게 넘어섬의 때 낀 삽살개 같은 올망졸망한 발동작으로 인하여, 일과의 일과가 단두대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도 잘 갔나 봅니다. 안녕, 다리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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