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떠다녔던 창공으로 비롯하여

정수리 하나는 조막만한 정신으로

세상을 구하자는 비대한 의무하나를 지녔으나


아롱아롱 비문증에 걸린 정신박약아의 흉내에 불과했고

먼지 일렁이는데 해집기야 해서 되겠나 싶다가도

무언가 섬짓 잡힐듯, 안잡힐듯, 잡히다가도


발버둥치는 내 사진이 그만 찍혀버리고

차가운 얼음판을 바라보고선, 

그것이 내 생활력에 대한 진단명이자

정신의의 차가운 안경눈알 같은 엑스레이 현판이더라고


비루하고 남루한 생활 형편에, 이같은게 또 불만 많은 건 아니고

나름의 부족함 없이 소박하고 알차게 영위하며 살지만서도

결국 남자랑 할껀 없는 건 맞고, 광장에 내걸면 좋겠다 싶은 지표 없는 건

명확하다 싶고 그래서 부끄러워서 머리 숙이고 숙여서 결국 달팽이인간 되고야 말았지. 그런게 또한 암모나이트 석화처럼 고대 석판에 찍혔고. 

근데 자랑 하고 싶은 건 또 없어. 말하건데 대화 초입부터 암행어사 출두요 할 수 있는게 주머니 뒤져봐도 없는게 문제라서 그래서 그런거다. 그래도 대해주는 사람은 먼젓부터 꼬리흔들면 웬만하면 착하고 또 그래. 


아무튼 서울 큰길에 작은 판자집이야. 이름 석자 자랑할 건 없고

석자는 석자고, 아까 찍어놓은 엑스레이가 내 문앞 현판이고

평일, 주말 구분 없고, 대낮에 직업과 학교 없이 돌아다니면 꿈결같고 그래. 백수라는 말 자체도 나한테 없을 뿐더러 그런 의식 가지지도 않고 유령처럼 돌아다니고 그래. 아무튼 잘 먹고 잘 사시고 나같은 인물도 삶이란걸 그래도 품에 안고 산단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삶!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