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마다 구슬이 떨어져 커다란 슬픔으로 모이는 날이다.

남자는 웅덩이를 피해 걷기보다 신발에 슬픔이 스며들게 하고싶은 기분이다.

남자가 웅덩이를 위를 걷지만 빗물마저 남자를 피하는지 생각보다 발은 더러워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하얀 꿈을 꾸던 것들이 땅으로 떨어져 흙탕물이 된 것을 보며 저들도 나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거리는 이상하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가 바닥을 보고있다.

사실 이상하지 않다. 어느 누구도 손에 우산을 접은 채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 30대 회사원을 굳이 보고싶지는 않으리라.

집에 도착했을 때 쯤 차가움에 젖어 스며든 양말의 무게감을 느끼고 남자는 은근히 만족했다.

오늘 그에게 있어 유일한 성취감이다.

남자는 문을 닫는다. 세상과 다시 단절되었다.

벗은 양말을 빨래통에 던졌지만 이미 가득 찬 빨랫감 때문에 양말은 밖으로 떨어진다.

이미 젖은 남자였지만 젖은 양말을 다시 만지고 싶지 않았는지 못 본 채 화장실에 들어간다.

샤워기에도 비가 내린다. 밖에 내리는 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물은 정수된 물이라는 것 뿐이다.

그렇게 집에서도 남자는 일부러 비를 맞는다.

몸을 닦고 머리는 말리지 않는다. 왠지 그러고 싶은 기분이다.
수건을 베개 위에 깔고 중력에 몸을 맡겨 눈을 감는다.
남자는 블랙홀이다. 빛조차 나오지 못하는, 공간의 구조를 잃어버린 곳으로 숨는다.
숨이 막히고 눈을 감는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실 언제부터 잘못됐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남자는 자신이 사연이 있었으면 했다. 자신이 이러이러해서 힘들다. 자신이 이런 것을 실수했다. 반성한다.
하지만 남자는 사연이 없다. 사연을 말 할 사람도 없다.
그렇다 남자는 고독한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못났을 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남자는 슬픔 속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 남자가 살던 집 앞에는 커다란 구슬이 떨어져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찢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