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주의 비애




손수 빚어낸

붉은 술이라고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
그 이름을 그냥 적주라 일컬었지

붉은 포도주라고


신들의 향연에

징치고 북치며 재는 이어지지만

신귀는 사라지지 않아


단전 아래  신귀는 아무도 모르게 숨 쉬고

괴귀의 숨통을 끊었어야 했어

초조와 불안은 아랫배를 태우는 

검은 구름과 잿덩어리

 

자비의 화신처럼

어느 다정한 전사는

아랫 배가 아파야 한다고 속삭였어

인내를 즐기듯 숨통 조이던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야 한다고

 

구름 뒤로 잊혀져 가는 달처럼

세 마리의 괴귀도 이윽고 사라지고


그동안 시계는 몇 바퀴를 뒤로 굴렀을까

억지로 살아난 자의 숙명

만물과 함께 살았어야 했어 


우산을 들고 있는 비광의 그림자

번개도 떨궈보지만

남은 건 죽어가는 작은 것 보듬는 손 길


취해버린 비광이

그날을 꿈꿔보다


푸른 하늘을 넘어서서

지켜보다

오색하늘 구름이 지상에 무지개처럼 피어날 그 때를 위해

따스한 비를 환하게 뿌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