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스스로도 쓸모없어진 책 하나를 들고

잿빛 하늘에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종로 거리를 그렇게도 걸었다. 


저자는 저자의 저서가 무력해지고 나서야

저자의 안경알에는 김이 서렸다. 


저자의 귓등에 닿아 흘러내리는 물방울만이

저자에게 슬픈 노래를 들려주었다. 


저자의 저서는 스펀지처럼 슬픈 날씨를 머금고 나서야

버려라하는 무게감이 실렸다. 


저서의 표제의 잉크는 보라빛 상흔을 구토했다. 


변경 된 제목:

물에 대한 과식 - 팽창감에 대하여


저자는 따라서 물중독이다.

수돗물에서 소독제의 진액을 맡으면서도

그렇게도 마시고 마셨다. 


샤워는 저자에게 갈증해소의 구원법이다. 

물뿌리개의 콧구멍에서 수 많은 검은 눈이

저자를 무뚝뚝히 바라보았다. 


뭘 보냐고. 


저자는 수도꼭지를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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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nding 편지)


에스메랄다 고맙소. 당신 덕분에 그 후에 있어서 가벼운 해방감을 맛보게 되었으니 말이오. 우리가 그 작은 단칸방 구석에 기대어 모차르트의 라크리모사를 듣고 들었을 때, 당신은 그 맡의 추적해진 나의 저서를 무릎에 바쳐들고서 속상한 내 것을 말랑말랑하다고 귀여워해주었지. 모두 다 해진 잉크로 인해 분간할 수 없는 의미의 페이지로 수두룩이었지만 그 단팥빵같은 페이지는 잔잔한 파도의 등성이처럼 고요하다고 다독여주었지. 


나 그 후, 참으로 속상이었지만, 에스메랄다 그대의 용기 덕에 습한 종이 무더기를 펼쳐 나 또한 당신처럼 우리 마음에 물결을 볼 수 있게 되었소. 


감동으로 인해 금시에 들창에는 아침볕이 찾아들었을까? 종이 같은 것들은 볕에 의거하여 천천히 말라들어갔소. 한 없이 가벼워 졌네만, 달라붙은 페이지를 넘기어 갈때 과자부서지는 그 소리가 유독 흥쾌하다오. 당신이 떠난 신발장 앞에 누운 책을 엎드려서 보고, 또 아래로 편지를 쓰오. 


To. 에스메랄다. 


흐려진 빈 페이지는 마르고 나서야 무리하지 않고, 거듭 단단해졌소.

우리 물결의 흔적은 아름답게 찍혀졌다오. 


따라서 걱정마시오. 


희고 검던 얼룩진 우리의 한 장은, 노란 아침 빛으로 

따뜻하게 발려졌다오. 

누구의 내민 손바닥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것은 다정한 온도를 가지게 되었소. 


에스메랄다. 


이제 우리, 

따라서 걱정없소. 


그럼,

언제나 기약에 기약을 거듭하며 언제나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