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사랑하는 영화는
어느 한여름날을 배경으로 한 촬영되지 않은 단편일 뿐이지만 단지 카메라로 담을 수 없었던 모든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기에 그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모든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 내용조차 떠올릴 수 없게 됐을 때 몇 번이라도 다시 너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아 그 모든 서사를 영상처럼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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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름같은 수정이 되어 쏟아졌다. 가로등이 내린 나뭇잎은 윤슬이 되어 반짝였고 그 아래서 나란했던 두 사람은 우산도 없이 늦은 밤의 달빛에 몸을 비추며 소란없이 걸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웅덩이가 치여서 서로를 조금씩 적셨다. 그 둘은 왠지 모를 웃음을 일렁이며 한참을 더 걷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곤 서로만 아는 이야기에 빠져 또 한참을 보냈고 이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인사를 나누며 갈라섰다.
새삼 비와 그 소리가 모든 것을 묻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든 건 서로에게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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