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 있는 동안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뜨거운 테양 아래서 걷고, 차가운 물로 땀을 씻어내고, 미지근한 밥을 먹고, 생각 없이 지판을 두드리는 동안 당신이 낄 틈은 없다. 해가 지고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면 당신은 다시 슬금슬금 나타나 말을 건다. 당신 같은 부류는 대개 어둠을 먹고 자라니 이상할 일도 아니지마는, 낮에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자리에만 누우면 조잘대는 당신이 거슬린다. 그러나, 막상 당신이 하루 내내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구태여 당신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별로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좁은 방 안에서 꼭꼭 숨어 보았자 내가 찾지 못할 리가 없다. 젠장, 당신은 내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나를 놀리듯 마중나온다. 어찌 되었든 밤에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야행성의 짐승이 당신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건 가짜다. 웃어보라고 해도 눈은 그대로, 입꼬리만 겨우 올리는 그것은 당신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당신, 아니, 가짜 존재를 끄집어내어, 내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게 한다. 내가 잠든 후에도 가끔 당신은 옆에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잠결에 눈을 뜨면 가끔 당신이 보이기 때문에 안다. 다시 정신을 잃기 전 당신과 눈이 마주치는 몇 초는 유일한 순간이다. 당신이 환하게 눈웃음짓는. 동이 트면 또 당신은, 당신의 웃음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당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린다. 당신은 그렇게, 매일 죽는다. 그리고 매일 질리도록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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