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기억

산은 오래된 상처를 안고도
여전히 푸른 이파리를 틔운다.
바람은 그날의 울음을 품고 지나가며
아직도 숲 속 어딘가에서 떨리고 있다.

강물은 한순간 막히는 듯했으나
결국 바위를 가르고 흘러내렸고,
그 위에 비친 하늘은
잊힌 적 없는 눈동자처럼 깊었다.

어둠은 오래 눌러앉아
새벽을 막으려 했으나,
들판은 묵묵히 꽃씨를 지켜내어
다시금 햇살을 불러올렸다.

빛고을의 흙은
핏빛을 품은 채로도 굳세게 숨 쉬며,
잎새 하나하나에 약속처럼 맑은 빛을 틔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 끝에 매달려 돌아오고,
이 땅은 그 발자국을 기억하여
더 굳건한 뿌리를 내려준다.

사라진 것 같으나 사라지지 않는,
묻힌 듯하나 여전히 깨어 있는,
봄은 그렇게 다시 피어나
우리의 가슴을 환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