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나는 누구보다도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엔나에서 즉흥연주의 일인자로 파란을 일으킨 나다. 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은 나폴레옹의 군대와 같이 추상같은 질서와 힘을 지니고 있었고, 누구도 나를 꺾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모차르트. 유쾌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베토벤, 자네가 먼저 시작하게."

대선배가 가볍게 던진 말이었으나 나는 도발이라 느껴졌다. 곧장 건반 위에 손을 얹고,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 전개했다. 강렬하고 무겁게 쏟아지는 저음의 화성, 날카롭게 도약하는 리듬들. 방금 전에 이 자리에서 탄생한 음악은 나의 승리였다. 끝까지 진지하게 듣고 있던 그가 조용히 일어섰다.

"베토벤이라고 했나? 자네의 음악은 정말로 대단하군!"

그는 나의 선율을 잡아채더니, 자유롭게 뒤집고 쓸어 올려 찬란하게 흩날렸다.

당황스러웠으나 곧 마음속에 경탄이 차올랐다. 그의 재치와 민첩함은 내 손끝의 불꽃과는 결이 달랐지만, 그 역시 고귀하고 더없이 숭고했다. 나는 이내 그의 세계를 이어받아 변주했고, 그 또한 다시 내 음악을 가져가 자신의 빛깔로 물들였다. 거기엔 허세도, 경쟁도 없었다. 오직 음악 자체만이 우리 둘의 대화였다. 음표들이 공기를 메우고, 손끝은 서로의 의도에 응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푸가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이 뒤집혔다. 나는 자신 있었다. 바흐의 주제를 공들여 쌓아 올리며, 차갑고 엄격한 규칙 속에서 웅장한 성처럼 형상을 세웠다. 완벽했다. 겉으로 보기에 어떠한 흠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의 푸가 연주가 이어졌고 나는 바로 알아보았다. 나의 푸가는 화성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지루하고 설익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푸가는 바흐의 그림자마저 지운 채 한층 생기 있고 뛰어났으며,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선율이 서로 부딪히면서도 상처를 내지 않고, 오히려 각자 살아 숨 쉬었다. 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표정을 바꾸며 생기를 띠고 있었다.

"명랑한 갈랑 양식만 할 줄 알았던 그가 아니구나."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각 음의 가장 미묘한 뉘앙스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었다.

내 푸가는 인간의 의지와 규율로 세운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푸가는 숲이었다. 나무가 저마다 자라면서도 큰 숲을 이루듯, 각 음표가 자기의 생명력을 지니면서 전체의 질서를 깨지 않았다. 나는 절규하듯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코다에 진입하자 터지는 눈물을 감추기 어려웠다.
"나는 아직은..아니구나"

그 만남 이후, 긴 세월 동안 나는 푸가를 붙잡고 씨름했다. 지우고 다시 쓰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나만의 답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마침내—사람들이 나의 역작이라 부르는 함머클라비어의 거대한 푸가 속에서, 그날의 패배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웃음소리, 건반 위에서 춤추던 음들, 그 모든 것이 여전히 내 귓가에 남아 있다. 그것은 깊은 상처였으나 동시에 가장 고귀한 선물이었다. 아마데우스. 그는 내 음악의 심장에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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