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왜 싸우는지 알 필요 없다는 오크 보안관의 말에
티르 보안관보가 독백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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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에 가을이 있었다.
가을은 자신의 붓끝으로 여름이 남겨둔 것들을 세심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실로 가을은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 능력있는 채식가이며
지워진 것이 사라진 것을 아는 문장가이다.
가을은 여름을 구축하지 않는다.
여름이 구축한 것을 조심스럽게 무너뜨릴 뿐이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파괴가 아닌 그 느린 세심함 때문이다
몰라도 되는 사실 같은건 없다. 지워지려면 먼저 씌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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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의존해서 정확하지는 않음.
지금 날씨인 가을에 딱 떠오르는 글.
주인공이 가을에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다가 정신이 드는 장면으로도.
세상의 모든 사실은 이미 존재하기에 - 이미 쓰였기에 - 알아야 하고, 앎이란 파괴라는 현상이 아닌 느린 세심함이라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걸 깨닫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다는거.
나도 이런거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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