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리는 비겠지

창녀로 사는 꿈을 꾸다 깼다.
생일에 아주 걸맞는 꿈이었다.

온세상에 울려퍼지지도 않던 생일축하를
늘 언제나 “온세상에 울려퍼지는 맑고 고운 생축”
이라고 말해주던 너와,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안기는지 안겨드는지도 모를, 자기 몸통의 몇 배나 되는
인간의 어리광을 늘 덤덤한 표정으로 받아주던
우주 같은 까만 고양이.

그 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은 빗소리마저 유난스럽게 창문을 두드린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 걸 그랬나.
비 오는 날이면 온 창문을 열어두고
“비 냄새 난다, 비 냄새” 하며
얼떨결에 내 품에 안긴 고양이와
얼굴을 비비지 말 걸 그랬나.

지금 내리는 비는,
그냥 내리는 비겠지.

이게 정말 이제야 온세상에 울려퍼지는
맑고도 고운 생일축하는 아니겠지.
그냥 내리는 비겠지.

온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라고는 그 둘뿐인데
오늘은 그 둘 없이는
아무것도 내 창문을 두드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