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처럼, 아니 먼지가 되고 싶었다. 

한줌의 재가 되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하고 

나또한 그 누군가가 기억해주지 않아도 슬프지 않은...


꽃같은 날 

꽃 답게 죽고 싶었다. 

그게 유일의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젊은 날 흐드러지게 피어나야 한다지만 

현실은 시리게 눈부시고 

아스라질 것 같은 햇살 아래에서 목이 타는

시퍼런 대지와 쓰라린 바람

저 멀리 녹슬어가는 황혼만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날 드리우지 않는

철저한 고독

처절한 몸부림


꿈에서 깨어날듯 몸부림 칠때 

아귀에 힘을 주고 몸을 뒤틀며

너가 날 이 지독한 외로움에서 구원해 주기를

너가 날 이 아득한 수렁에서 꺼내주기를

어긋난 뼈마디를 부여잡으며 간절히 빌었던 꿈


하늘에선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지옥에선 악마들이 뼈조각을 모아 하프를 치지만


여기는 그 어떤 울림도 들리지 않는 버림받은 오지

삶의 자취마져 남아있지 않은 땅거미 이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