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320>

장례식

이름으로 가득한 묘지는
내가 죽어서는 온전치 못하게 틀림없다

죽어서 살아감에 수의를 입고
주위의 울음소리에 호주머니를 뒤지고
줄 것이 박하사탕밖에 없자
나 다시 돌아가겠느냐고 바라지만

나는 영혼과 육신이 모두 분리된 몸
내 살은 흔적 없이 관 속에서 녹아내리고
그 위를 덮는 흙을 나는 잠깐 봤다네
흙 맛을 늘 보고 나서야 알지만
이런 흙에서는 농사했으면 안 됐음을
70년 농사꾼으로서 산 나도 후회하고
아비를 덮은 관 위에서 우는 너도 처량하다

광주리 한 가마 구운 감자를 잔뜩 쪄온 며느리는
제 시아버님이 제일 싫어하는 게 감자인 줄도 모르고
나는 입이 없으니 할 말이 없고, 혀가 없으니, 말이 온전치 못하고
그저 제사 지낼 때, 내 손주 영석이 그놈이 그렇게 좋아했던
피자를 올려달라고 하지만, 올라오는 법이 없네

나야 늘 웃고 넘기지만, 세상사는 사람들에겐 고통
죽어봐야 이 시절이 한철이라, 한 시간이라 느끼고
1분이 소중해 생명과 맞바꿀 수 없었음을 애통히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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